[사설] ‘정치 감사’ 말 듣게 된 감사원의 ‘KBS 맹탕 감사’
감사원이 지난 7개월간 KBS를 감사한 결과 “중대한 위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1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KBS 복수노조 중 1곳과 보수단체 청구를 받아들여 ‘KBS 이사회의 사장 검증 태만’ 등 5개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지난해 9월부터 벌였으나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수차례 기간 연장을 하면서 떠들썩하게 벌인 감사가 ‘태산명동서일필’처럼 끝난 것이다. 감사 착수 전부터 제기됐듯이, 윤석열 정부 코드에 맞춘 표적 감사나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치 감사’ 시비만 키운 격이다.
감사원 보고서는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 임명 전 서류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사회가 추가 소명을 요청·검토한 만큼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드라마제작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의 부당 증자 의혹도 “이사회가 업무상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증자를 의결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밖에 방송용 사옥 신축계획 무단 중단 의혹, 20대 대선 직후 증거인멸 목적의 문서 폐기 의혹, 특정 직원의 해외여행 시 병가 처리 의혹 등도 모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다만’이라는 토를 달며 청구 사안과 무관한 지적사항을 열거했다. 김 사장은 정당 가입 이력이 없는 걸로 확인했으나 향후엔 사장 임명제청 때 후보자의 정당 가입 확인 절차를 마련하라는 것, KBS의 몬스터유니온 경영평가 기준 지표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 등이다. 위법·부당 행위는 없다는 감사에서 별건의 꼬투리를 잡은 걸로 보인다.
감사원은 그간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무리한 감사로 독립성 논란을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상 규명’ 언급 4시간 만에 감사위원회 의결도 없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중립 원칙을 깨고 정권의 이익에 부화뇌동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와 언론 장악 시도 역시 중단되어야 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KBS 라디오 패널들의 친여·친야 성향을 문제 삼았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편향’이라고 간주해 배제하고 찍어내는 내로남불식 구태를 반복한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감사원과 검찰을 앞세운 퇴행적인 언론 통제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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