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품은 사랑… 가정위탁, 가족의 또 다른 이름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도내 1천459가구 위탁 참여 “사회적 인정·지속 관심 필요”
당신에게 가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에게는 팍팍한 현실 속 따뜻한 안식처이자 유일한 ‘내 편’,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무거운 굴레일 수도 있을 겁니다. 가족의 범위가 유연해진 만큼 다양한 형태의 답변이 나오겠지요. 경기일보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슈M>을 통해 오늘날 되새겨야 할 가정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가정의 위기, 가정의 해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을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부천에 거주하는 이서윤씨(가명·21)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이끈 건 안락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가정위탁 제도를 통해 아기 때부터 가슴으로 낳아준 또 다른 엄마의 손에서 20년을 자랐다. 정작 자신이 이 집안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진 한참이 걸렸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준 위탁모는 딸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할머니, 이모와 삼촌 역시 이씨를 각별히 여겼고 언제나 환대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했다. 법적인 관계는 동거인이지만, 서류상으로만 유효할 뿐 그 의미는 휘발된 지 오래다.
한민희씨(가명·43·용인)는 첫 아이를 어렵게 낳은 뒤 유산과 사산을 거듭해왔다. 제대로 품지 못하고 가버린 아이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간절한 마음은 위탁아동들과 연결됐다. 그가 2015년 7월 처음 데려온 아기는 다섯 달가량을 함께하고 원가정으로 무사히 복귀시켰다. 이어 그해 12월 베이비박스에 있던 무연고 A군을 가정위탁해 양육했고 지난 2021년 성장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에 놓여 있던 또 다른 아기 B양을 가슴으로 품었다.
한씨는 “가정, 가족의 뜻이 어떤 사람에게는 부부 사이에서 나온 혈육이나 입양 등 하나의 의미로 떠오를지 모르지만, 원가정이 회복되길 기다리며 그동안 아이들을 양육해주는 우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다”며 “성장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원가정이든 새로운 가정이든, 자신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밝고 바르게 크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고 싶다”고 밝혔다.
부모의 가출, 이혼, 수감, 학대 등으로 가정의 해체가 늘어나면서 갈 곳 잃은 아이들에게 일시·장기적으로 보금자리가 돼주는 가정위탁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정식 도입된 가정위탁제도는 친부모의 손길이 사라진 아동이 일정 기간 가정에서 보호 받도록 하는 제도다. 입양과 달리 아동이 원가정으로 돌아가기까지 성장을 돕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가정 해체를 방지하고 친가정의 양육 능력 회복을 돕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2021년 기준 경기도 1천459가구, 인천 366가구가 가정위탁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미 세상에 나온 아이부터 무사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어른 세대가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원가정의 회복을 기다리고, 아이들에게 가정의 품을 느끼게 해주는 위탁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leeiy5222@kyeonggi.com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서강준 기자 seo9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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