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지뢰폭발부터 말년 북미회담까지…8년차 美장교가 전하는 DMZ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명랑하게 미친 수도승'. 판문점·DMZ(비무장지대)에 근무하는 미군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고립된 판문점 생활이 마치 수도원에서 도를 닦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판문점에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총 8년을 근무한 미 해군 퇴역 장교 대니얼 에드워드 맥셰인 전 소령은 지난달 28일 NYT에 게재된 기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그간의 근무생활을 소개했다.
역대 DMZ에서 가장 오랜 기간 유엔군 사령부 장교로 일한 맥셰인 전 소령은 첫날밤 "문화 충격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DMZ에 흩어진 200만 개의 지뢰 중 하나가 폭발한 것이다. 그다음 날도 연이어 2개가 터졌다. 지나가던 동물들이 밟은 것이었다.
반면 유유히 경계선을 넘나드는 존재도 있었다. 맥셰인 전 소령은 판문점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하얀 개를 떠올리며 "1000번은 그렇게 넘어든 것 같았다"며 "경계선을 넘어갈 때까지 2주 동안 먹이를 주고 같이 놀았다"고 말했다. 전 소령은 "물론 그(개)는 스파이었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정해진 주요 일과는 하루 두 번,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북한 측과 핫라인(비상용 직통 전화)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내용은 보통 "우리 여기서 잔디 깎고 있으니 쏘지 마시오!" 등 평범한 것이었다.
맥셰인 전 소령에 따르면 북한군과 미군 간부는 종종 판문점에서 만나 야구 얘기를 나눴다. 그는 이때 미군이 가져간 도리토스와 한국의 초코파이를 북한군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유엔군이 말보로 담배·조니워커 위스키 등을 선물했다.
종전이 아닌 휴전지인 만큼, 평온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15년 한국 육군 하사 2명이 북한의 목함지뢰에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자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판문점 주변에 늘어선 스피커에서는 각각 한국의 대중가요와 대남 선전이 울려 퍼졌다.
2017년에는 북한군 병사 노철민 씨가 총알 세례를 뚫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했다. 맥셰인 전 소령은 총성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을 "(북측에)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유일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잠시나마 긴장감이 완화됐다.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정은 당시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가볍게 맥셰인 전 소령의 팔을 만지자 동료들은 "여자친구"라며 놀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19년 북미정상회담이었다. 당초 맥셰인 전 소령은 퇴역을 앞두고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지만, 그의 계획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깜짝 만남'을 제안한 트윗 하나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그의 상사는 근무 연장을 의미하는 "대통령과 셀카 금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그에게 날렸고, 맥셰인 소령은 임기 연장을 5번으로 늘려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했다.
맥셰인 전 소령이 허겁지겁 정상회담 준비에 나선 일화로는 성조기 사건을 들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장교들은 수십 개의 인공기를 들고 나타났는데 미군 측이 준비한 성조기는 단 3개뿐이어서 해병대 헬리콥터로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성조기를 급히 조달한 일도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심은 '평화와 번영의 나무'를 떠올렸다. 나무가 심은 지 얼마 안 돼 갈변하기 시작하자 미 육군 장군은 그에게 "나무를 죽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몇 달 동안 직접 나무에 호스로 물을 주며 보살핀 맥셰인 전 소령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목적어가 나무인지 평화인지 분명히 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남북 데탕트(긴장 완화)가 "너무 짧았다"며 아쉬워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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