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진술도 메타버스로 하자”…현직 경찰 제안에 학생 반응은

학폭 신고 안 하는 중고생들
64.3% ‘메타버스로는 한다’
“메타버스, 수사에 활용해야”

학교폭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학교폭력을 당해도 신고하지 않겠다는 중·고등학생 중 절반 이상이 메타버스를 이용할 경우 신고할 의사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경찰서 대면조사 과정에서 겪는 두려움과 부담감을 고려해 메타버스로 진술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학폭 미신고’ 응답 중 64% “메타버스면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범죄분석담당관실 윤진영 경정과 강상욱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은 최근 경찰대학 경찰학연구편집위원회가 펴낸 ‘경찰학연구’를 통해 메타버스 관련 중·고등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서울권 중학교 1곳과 고등학교 1곳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8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메타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55.7%인 103명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을 당했을 경우 신고하겠다는 응답은 76.2%(141명)로 조사됐다. 신고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42명(22.7%) 중 메타버스 경찰서를 통해 신고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는 27명(64.3%)이었다.

메타버스 경찰서로도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4명(33.3%), 미응답은 1명(2.4%)으로 집계됐다.

학교폭력 신고 이후 조사를 위해 경찰서 방문을 요청할 경우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78.4%(145명)를 기록했다. 경찰서를 방문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15.7%(29명)였다. 5.9%(11명)은 답하지 않았다.

경찰서 방문을 꺼리는 이유로 ‘경찰관 대면에 대한 부담감’을 꼽은 응답이 17.8%(45명)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이어 ‘시간·경제적 여유’ 17.4%(44명), ‘막연한 두려움’ 13.4%(34명) 순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학폭 직후 경찰 조사, 2차 피해로 이어질 수도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경우 정신적 후유증이 깊게 남는다. 이 때문에 진술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박애리 순천대 교수와 김유나 유한대 교수가 전국 대학생 10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34%(353명)는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54.4%(192명)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13%(46명)는 실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 경정과 강 교장은 “학교폭력 피해로부터 온전히 마음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수사기관에 출석해 피해를 진술하면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수사기관은 이런 특성을 고려한 조사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상 우편, 팩스, 전자우편 등을 통해 조사할 수도 있지만 조서 문항이나 피해자 답변이 부실하게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수사 절차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윤 경정과 강 교장은 신원확인 기술을 표준화하고 형사사법포털(KICS)과 연계하면 메타버스 경찰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메타버스로 피해자 조사를 할 수 있는 규정을 추가해 증거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일부 경찰서는 메타버스 경찰서를 만들어 회의와 홍보,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범죄수사 분야에서는 메타버스로 무엇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며 “수사 절차에도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