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국대 포수'가 있는데 왜 19세 '신인 포수'를 쓸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키움 히어로즈에는 2023 월드베이스블클래식(WBC)에 참여한 국가대표 베테랑 포수 이지영(37)이 있다. 이지영은 경험 많은 포수로 투수의 장점을 극대화할 줄 아는 선수다.
키움 마운드의 주축을 이루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는 이지영이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마운드가 안정적이려면 투수를 리드하는 안방마님이 중요한데 이지영의 존재는 안우진, 김재웅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이지영은 지난 시즌 도중 박동원이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기 전까지 마스크를 나눠 썼다. 하지만 박동원이 떠난 뒤부터는 주전 포수로서 팀을 이끌며 키움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리그 최정상급의 수비력과 주자 견제 능력은 투수들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클러치 능력도 나쁘지 않다. 137경기 타율 0.267(420타수 112안타)로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이지영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에 100안타 이상을 기록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런데 올 시즌 다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키움은 이지영과 김동헌(19) 두 명의 포수 체재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김동헌은 충암고를 졸업한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2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신인 선수지만 올 시즌 키움이 경기를 치른 25경기 중 15경기나 마스크를 썼다. 그중 9차례는 선발 마스크를 썼다.
고졸 포수가 입단 첫해에 1군 무대를 밟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역대 입단 첫 시즌 이렇게 많은 기회를 얻는 포수는 김동수(1990년)와 홍성흔(1999년) 정도뿐이었다.
포수는 경험이 많이 쌓여야 하는 포지션인데 키움이 신인 포수에서 이토록 많은 기회를 주는 건 왜일까
신인을 적극 등용하는 특유의 시스템 때문이다. 키움은 팀 특성상 고참 선수 비중이 적다. 그래서 신인 선수들은 본인만 잘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키움을 좋아한다.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선배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곧 선수들이 스스로 야구에 매진하게 하는 동기 부여로 작용한다.
키움은 김동헌의 성장을 위해 2군보다는 1군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바로 실전에 투입시키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이지영은 올 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획득한다. 키움은 언제나 그랬듯 육성을 통해 안방을 리빌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동헌은 이미 안우진, 에릭 요키시, 아리엘 후라도 등 팀 에이스들과 호흡을 맞췄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요키시는 "김동헌은 수비와 송구 모두 빼어난 자질 갖췄다"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홍원기 감독도 "수비에서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이끌어간다"라며 칭찬했고, "타석에서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한다"라며 김동헌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25세 이하 포수 가운데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김동헌은 이제 19살이다. 키움의 팀 기조에 맞게 그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올 시즌 키움은 이지영, 김동헌 두 명의 포수 체재로 운영한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