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차도 구분 없는 통학로, 스치듯 달리는 차량에 가슴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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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낮 12시45분 부산 영도구 청동초 앞에는 학교를 마친 저학년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문을 빠져나왔다.
취재진이 이날 영도구 소재 초등학교 14곳 전체의 보행 환경을 살펴본 결과, 청동초 못지 않은 열악한 통학 환경에 놓인 학교가 적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내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1곳당 운영 중인 단속(과속·신호위반) 카메라는 약 1.24개지만, 영도구는 0.92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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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펜스마저 없는 곳 많아 아슬아슬
- 펜스 너무 낮아 아이들 넘나드는 곳도
- 시야확보 어려운 비탈 지형 위험 상존
- 보호구역 교통단속 카메라 수도 적어
1일 낮 12시45분 부산 영도구 청동초 앞에는 학교를 마친 저학년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문을 빠져나왔다. 이날 청동초에는 아이를 마중 나온 학부모가 유난히 많았다. 지난달 28일 고(故) 황예서 양을 숨지게 한 낙하물 사고 때문이다.
이날 2학년 자녀와 함께 하교한 정모(42) 씨는 “매일 데려다 주진 않았는데, 며칠 전 사고 때문에 불안해 등·하굣길에는 계속 바래다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6학년과 3학년 자매를 둔 엄마 유모(40) 씨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사고가 난 길로는 절대 다니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며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오늘 또 (낙하물이)굴러 떨어지는 거야?’라는 말도 한다”고 불안한 상황을 전했다.
황 양의 끔찍한 사고 이후 영도구 학부모 사이에는 통학로 위험에 관한 불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이는 단순한 불안감이 아닌 실질적인 위협이기도 하다. 취재진이 이날 영도구 소재 초등학교 14곳 전체의 보행 환경을 살펴본 결과, 청동초 못지 않은 열악한 통학 환경에 놓인 학교가 적지 않았다. 봉학초·남항초·신선초·대교초·대평초·동삼초 등 6개 학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보도와 차도(보·차도)가 구분되지 않아 도로 양 끝으로 아이들이 통학하고 있었다. 특히 좁은 비탈길인 봉학초·남항초·신선초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었다.
이날 오전 8시께 방문한 남항초 등굣길은 아이들이 지나갈 땐 인도가 됐다가, 차가 오면 차도로 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마저도 차 두 대가 마주 오면 통학로 확보가 안 돼 앞뒤로 피해야 할 정도였다. 3학년 딸과 등교 중이던 김모(30대) 씨는 “보·차도 구분이 없어 지난해에 통학로를 지나던 딸이 오토바이와 부딪히는 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보·차도 구분이 없는 봉학초 옆 통학로를 직접 걸어보니 차가 오면 바로 옆으로 지나가 얼굴 앞으로 차가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안전펜스가 낮거나 아예 없는 통학로도 있었다. 특히 신선초는 안전펜스가 없는 문제 등이 제기(국제신문 지난 1월 9일 자 5면 보도)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안전펜스가 낮게 설치된 곳은 남항초·동삼초·상리초·영도초·봉삼초·대평초 등으로, 성인남자 허리 높이거나 그보다 낮았다. 허벅지 중간까지 올만큼 짧은 안전펜스도 있었다. 상리초 앞을 찾았을 때는 어린이 3명이 안전펜스를 손쉽게 넘나들며 노는 모습도 보였다. 차량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목적 외에도 어린이의 무단횡단을 방지하기 위해 펜스를 설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안전펜스가 제구실을 못하는 셈이다.
영도구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시설도 부산의 다른 구·군에 비해 열악하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내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1곳당 운영 중인 단속(과속·신호위반) 카메라는 약 1.24개지만, 영도구는 0.92개에 불과하다. 불법주정차 카메라를 합쳐도 1.14개꼴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또 교육청이 지난해 발표한 ‘부산시 교육청 안전한 통학로 구축 방안 연구 용역’에 포함된 40개 초등학교 중 청동초와 봉학초 등 2곳이 영도 지역 학교다. 해당 용역은 어린이·교직원·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위험한 통학로를 선정한 것이다. 부산지역 전체 초등학교가 304곳이고, 영도구 초등학교가 14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위험한 통학로가 월등히 많은 편이다.
영도구 관계자는 “영도구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는 대로 어린이보호구역 시설 확충에 4억200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며 “청동초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시설물 관리비 관련 예산 2억 원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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