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영도구…딸 예서 잃은 아빠는 가슴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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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빈소에 찾아온 영도구청장은 '어쩌다 보니 사고가 났다'고 말하더군요. CCTV를 통한 예방책이 없는지 묻자 '그건 사후확인용일 뿐'이라고 말하는 구청장에게서 재발방지 대책을 기대하는 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산 영도구 등굣길에서 10살 아이가 숨지는 참변(국제신문 지난달 30일 자 1·3면 보도)으로 딸 황예서 양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두 번 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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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서 아이 키운 나의 잘못…엄마를 너무나도 사랑한 딸, 미리 산 생일선물 못줘” 통곡
“딸 빈소에 찾아온 영도구청장은 ‘어쩌다 보니 사고가 났다’고 말하더군요. CCTV를 통한 예방책이 없는지 묻자 ‘그건 사후확인용일 뿐’이라고 말하는 구청장에게서 재발방지 대책을 기대하는 게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산 영도구 등굣길에서 10살 아이가 숨지는 참변(국제신문 지난달 30일 자 1·3면 보도)으로 딸 황예서 양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두 번 울어야 했다. 지난달 28일 그는 생때같은 딸을 허망하게 보냈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던 그는 사고 이튿날 빈소를 찾은 영도구 관계자에게서 느낀 절망감에 또 한 번 울었다고 밝혔다.
A 씨는 1일 국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애간장이 끊어지는 소회를 전했다. 그는 예서가 하지 못한 것, 예서에게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은 예서의 태권도 1품 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사고 후 빈소를 찾아온 태권도 관장은 예서가 입었던 도복과 예서의 이름이 적힌 품띠를 가져왔다. 그는 딸이 차지 못한 그 품띠를 가슴에 품고 밤새 목놓아 울었다. A 씨는 “오는 19일이 예서 생일이다. 매번 생일 때마다 예서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했고, 올해도 혹여나 놓칠까봐 미리 사뒀는데 막상 딸이 떠난 후 전달하지 못한 선물만 남아있으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흐느꼈다.
지난해 7월 청동초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정화조 차량이 전복해 화재가 나는 바람에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청동초 등굣길은 사고 위험성이 있는 큰 곳이었는데, 지난해 사고 직후에도 교육청 등이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아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예서가 목숨을 잃은 청동초 등굣길은 위험성이 잇따라 부각된 장소다. 행정 당국은 즉각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했지만, 부산시·부산시교육청·영도구 등 관련 당국은 별다른 조처도 하지 않았다. 빈소를 찾은 영도구청장과 지역 국회의원에게 A 씨는 “사고 업체가 똑같은 작업을 진행하면 구가 제지할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구청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당황스러워 언론에서 본대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구가 제대로 주정차 단속을 했으면 이런 사고가 없지 않겠느냐’고도 재차 물었지만 명쾌한 답변이 없었다”고 가슴을 쳤다.
그는 구청장의 말을 곱씹으며 영도구에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 자책했다. “일단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어요. 제가 CCTV에서 목격한대로 적재물이 아이를 치고 가도록 놔둔 것을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한편 A 씨는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영도구 청학동 ○○ 양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려 딸을 잃은 아버지의 피 토하는 심정을 밝혔다. A 씨는 딸에 대해 ‘엄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공부할 때도, 태블릿을 보다가도 갑자기 엄마에게 와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렸다. 그 모습을 보며 매일 평범한 일상이 너무 행복했다”며 “정말로 적은 일주일 용돈을 모아 엄마아빠 생일 선물을 사준다고 하고, 만8세밖에 안 됐지만 건조기에서 말린 수건을 소파에 앉아 예쁘게 개어 놓았다”고 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강아지가 없으니 집이 너무 조용하고 적막해 냉장고 소리만 들린다. 딸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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