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목’ 발전소 땔감으로…“규정 강화해야”
[KBS 창원] [앵커]
기후위기 시대, 탄소 중립 연중기획 보도입니다.
올해는 유독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했는데요.
산불이 꺼지고 나면 산림청과 자치단체는 즉각 복구 작업에 나섭니다.
여기서 베어진 나무들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김효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밑동이 검게 그슬린 나무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지난해 밀양 산불이 남긴 흔적, 나무가 베어지는 면적은 199ha, 축구장 약 280개 규모입니다.
여기서 벌채한 나무들을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로 활용됩니다.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는 산림청 원목 규격인 지름 12cm에 못 미치거나, 이용이 쉽지 않은 나무를 목재 펠릿 등으로 만드는 방식.
주로 화력발전소 땔감으로 사용되지만, 나무를 베어낸 뒤 다시 심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분류됩니다.
이 기준은 제대로 지켜질까?
산불피해 복구를 위해 베어진 나무가 쌓아져 있는 곳입니다.
베어진 나무 가운데 한그루 지름을 재어봤더니 30cm로 확인됩니다.
가구나 서까래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나무까지 피해 정도를 구분하지 않고, '바이오매스'로 태워버리는 것입니다.
[송한새/기후솔루션 연구원 : "산불 때문에 안 그래도 숲이 파괴되고 있는데, 멀쩡한 나무를 목재 펠릿(연료)으로 만드는 것을 규제하는 제도가 아예 없고요."]
10년 전부터,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는 탄소 중립 의무 달성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때 산불이나 재선충 피해 나무를 사용하면, 실제 신재생 에너지 공급량에 가중치가 더해져 총 공급량이 계산됩니다.
발전사들이 웃돈을 내고 산불 피해목을 사들이는 이유입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미이용 바이오매스가) 다른 친환경 에너지보다는 저렴하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더 많은 것들을 베기 위해 또 현장에서 노력하는 거고…."]
산림청도 2년 전 관련 규정을 강화했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음성변조 : "베어진 나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사유재산이잖아요. 이런 제재목으로 쓰십시오. 이렇게 (얘기) 해줄 수 있지만 이건 강제 조항도 아니고…."]
나무와 석탄으로 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 때, 나무에서 나오는 탄소는 11만 2,000kg, 석탄보다 약 20%나 더 많습니다.
KBS 뉴스 김효경입니다.
촬영기자:박민재/그래픽:백진영
김효경 기자 (tell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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