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이용해도 기득권에 막혀… 해법 찾는 ‘유니콘팜’ 의원들 [규제 발목 잡힌 비대면진료]
코로나 3년간 시장 규모 1227억원
비대면진료 의료시장 한축 자리잡아
지난달 국회 법제화 논의 불발되며
이달부터 언제든 ‘용도폐기’ 될 운명
강훈식·김성원 의원 등 연구모임 결성
신산업분야 규제합리화 해결사 자처
세무대행 ‘삼쩜삼’ 미용의료 ‘강남언니’
스타트업 플랫폼 생태계 조성 앞장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간 누적 이용 건수는 736만건에 달한다. 이용 환자도 400만명을 넘어섰고, 참여 의료기관도 2만76개소에 이른다. 진료비는 본인 부담금을 포함해 1227억원 규모다. 이미 하나의 의료 시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선진국에선 비대면 진료가 이제 일상이 됐다.
원격의료업계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국가인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모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이 중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고, 프랑스는 주치의 의뢰서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초진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재진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그렇지만 비대면 진료의 운명은 불안하기만 하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그날로 그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400만명의 환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며 “늦은 밤이나 주말 등 급하게 병원을 가기 어려운 환자들의 손발이 묶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 30여개 업체에 근무 중인 1000명의 직원도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현행법상 한국은 초·재진을 막론하고 조만간 이 모든 게 불법이 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를 해결하겠다며 용감하게 총대를 메고 나선 의원들이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국회의원 스타트업 연구단체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모임 이름은 기업가치 1조원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을 길러내는 농장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래 2020년 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공동대표)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동명의 비공식 모임을 지난해 말 정식 연구단체로 승격시키면서 여야 의원 10여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운영자와 교감하며 이들이 속한 신산업의 규제 합리화와 이를 위한 법 제·개정 등 입법노력, 스타트업 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발군 등 스타트업의 지원군이 되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국회는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공간이고, 그것을 조정하는 것이 역할”이라며 “유니콘팜이 단지 스타트업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다양한 스타트업이 뿌리내릴 방향을 찾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스타트업 규제 없앨 순차 입법 진행 중
유니콘팜 농장주 의원들은 비대면 진료뿐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 업계의 어려움 해결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유니콘팜의 1호 법안은 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내놨다. 세무대행 플랫폼 ‘삼쩜삼’이 이용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받아 소득세 환급 서비스를 할 때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어려움을 듣고 이용자 본인 동의를 받으면 스타트업도 주민등록번호를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니콘팜은 미술품, 음악저작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조각 투자하는 플랫폼을 문화지식재산금융 산업으로 규정하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도 공동 발의했다. 이는 제도권에 편입되고자 하는 뮤직카우, 아트투게더 등 업계 관계자를 만나 현행 법률이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유니콘팜의 창업주인 민주당 강 의원은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의 건의를 수용해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의료광고와 관련해 인터넷 매체는 대한의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심의기구의 의료광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에 대해 직역단체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 대신 복지부가 나서 심의기구를 관리·감독하는 공정성을 높이는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유니콘팜의 4호 법안은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다.
조병욱·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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