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나는 노동자 아니래”…누군 쉬고 누군 못 쉬고

KBS 지역국 2023. 5. 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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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우린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5월 1일 못 쉰다."

지난 주말, 교사인 지인이 저에게 했던 푸념 섞인 말이었습니다.

실제로 노동절이었던 오늘, 직종에 따라 쉰 분도 계시고 일한 분도 계실 텐데요.

다 똑같은 노동자들인데, 누군 쉬고, 누군 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달력을 보면 오늘, 5월 1일은 빨간 날이 아니죠.

노동절은 공휴일이 아닌 법정 기념일이지만,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유급휴일입니다.

그러니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직종은 노동절 유급휴일이 보장되지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직종은, 노동절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직종은, 어떤 게 있을까요?

대표적인 게 공무원과 교육 공무원인 교사들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주민센터나 구청, 시청, 학교는 오늘도 문을 연 건데요.

하지만 같은 공공기관이더라도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먼저 어린이집 교사들은 학교와 국공립유치원의 교사들과는 달리,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 휴무가 보장됩니다.

이어서 우체국도 직원별 휴무 여부가 갈리는데요.

행정직 공무원들은 쉬지 못하지만, 우정직, 그러니까 집배원들은 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절에 우체국 문은 열지만, 다른 금융기관과의 거래, 그리고 일반 우편물 업무는 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 공무원들의 노동절 휴일 적용 문제는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기도 했습니다.

[이용설/대전시청공무원노조 위원장 : "업무 자체도 은행이라든가 또 여러 공무원 기관과 연계된 기관들은 거의 대부분이 쉬고 있기 때문에, 5월 1일이 공무원만 출근한다고 하더라도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5월 1일 휴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는 어떨까요?

근로 계약을 맺었는지가 중요한데요.

근로 계약을 했고, 계약 기간 중에 노동절이 포함돼 있다면 유급휴가로 보장이 되고요.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라도 적용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노동절에 일을 하게 되더라도 가산 수당은 받을 수 없는데요.

참고로 5인 이상 사업장은 노동절에 일을 한다면, 원래 일당의 1.5배로 가산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택배기사와 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같은 특수 고용직도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직종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휴식이 필요한 고강도의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절에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건데요.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런 특수 고용직도 점차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하종강/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 "기업이 노동 비용을 감당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게 되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는 세계 최장 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노동 시간을 단축시키고…."]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3명은 노동절에 출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5인 미만의 영세 기업은 10명 중 6명이 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 노동절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노동절 휴식에 있어서는 법이 나눠 놓은 근로자의 기준 따라 차별이 생기는 현실.

오늘만큼은, 우리나라 노동절의 현주소가 어딘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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