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이로·관시 그리고 울산 [현장메모]

이보람 2023. 5. 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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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腐敗). 악취를 풍기는 음식 앞에나 붙는 말이다.

아쉽게도 울산이 '부패도시'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서울을 포함해 국내 7개 특·광역시 중에서 울산이 제일 부패가 심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울산에서 부패범죄로 입건된 인원이 19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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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腐敗). 악취를 풍기는 음식 앞에나 붙는 말이다. 정치나 사상, 의식 따위가 타락했다는 뜻도 있다. 그런데 이 ‘부패’라는 말이 한 도시의 꼬리표로 붙는다면 어떨까. 아쉽게도 울산이 ‘부패도시’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못된 짓을 한 소수의 부패한 공직자 등 때문에 부끄럽게도 부패란 꼬리표를 단 것이다. 서울을 포함해 국내 7개 특·광역시 중에서 울산이 제일 부패가 심하다고 한다. 경찰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공직자 등 4대 부패범죄 특별단속’ 성과 자료에서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0일간 금품수수와 재정비리, 권한남용, 부정 알선·청탁 등 4개 분야 15개 범죄를 단속했다. 그랬더니 울산에서 부패범죄로 입건된 인원이 198명. 망신스럽게 국내 전체 검거된 1727명의 11.5%나 차지했다. 국내 17개 시·도 중에서도 경기도(428명) 다음으로 많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부패범죄자 중 가장 많은 건 재정비리 사범으로, 188명이다. 허위로 신청하는 등 부정하게 보조금을 타낸 경우가 많았다. 세금을 쌈짓돈 쓰듯 한 것이다. 금품수수(5명), 권한남용(4명)도 있다. 이들 중 10명은 공무원인데, 2명은 4급 이상 고위직, 7명은 실무를 담당하는 5급 이하였다.

사례를 챙겨보면 더 답답하다. 울산 울주군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7급 공무원 A씨는 가상화폐(코인) 투자로 수억원을 날렸다. 그러곤 세금에 손을 댔다. 운영비 지출 등 허위 결재를 올려 집행 허가를 받은 후 세금을 개인계좌로 빼돌렸다. 코인 투자를 위해서란다. 횡령한 돈만 2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방축제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도 울산시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울산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방축제 관련 업무를 맡아 하던 한 울산지역 공무원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입건됐다. 금액은 미공개라고 하니 상상만 해본다. 공무원이 일본어로 와이로(賄賂)를 받은 것이고, 중국으로 보면 관시(關係·인적 네트워크) 1호 선물, 마오타이(茅台)주를 챙긴 셈이다.

울산의 아쉬운 이력은 한 차례 더 있다. 청렴도다. 국내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행정기관과 국·공립대학 500여곳에 대한 종합 청렴도를 평가한 결과다.

울산에 모범이 되는 곳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교육청은 권익위 청렴도 조사에서 2등급을 받았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뽐낼 만한 ‘깨끗함’이지만 더 청렴해지겠다며 청렴대책을 별도로 세워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청렴우편함도 운영한다.

이와 달리 부패와 청렴도 문제를 지적당한 울산시와 5개 구·군에선 눈에 띄는 자정노력을 하지 않는 듯해 더 아쉽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저 이 순간만 지나가길 바라는 모양새다.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울산에서 딸을 키우며 살고 있는 필자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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