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161㎞는 왜 역사에서 사라졌을까… 구속 측정의 세계, ‘공식’은 없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4월 12일 KIA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1회부터 관중석과 기자실이 술렁거렸다. 이날 한화 선발로 나선 문동주(20)가 그간 KBO리그에서 보지 못했던 구속의 공을 마구 뿌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찬호를 향해 던진, KBO리그 역대 신기록이었다는 그 구속이 나오는 순간 기자실이 다소간 혼란에 빠졌다. 전광판에는 시속 159㎞의 숫자가 찍혔다. 문동주는 경기 후 “전광판에 159㎞가 나왔는데 예전에도 봤던 구속이라 신기록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중계 방송사 스피드건에는 161.0㎞가 나왔다. 포털사이트 구속 제공도 161㎞이었다. 과연 무엇이 맞느냐를 놓고 문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160.1㎞’로 발표됐다.
그렇다면 왜 각자의 측정치가 달랐을까. 구속을 재는 업체가 다르고, 그 업체별로 활용하는 시스템의 구속 측정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5년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도입된 뒤 30개 구장에서 같은 장비와 같은 측정 방식을 활용하는 메이저리그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설치된 스피드건 기준이었다. 예전부터 사용했던 전통적인 방식이다. 중계 방송사에 찍힌 구속은 ‘트랙맨’이 측정한 것이었다. 해당 방송사는 트랙맨 수치를 받아 구속‧비거리‧타구 속도‧발사각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트랙맨 시스템은 KBO리그 1‧2군을 합쳐 총 18개 구장에 설치되어 있다. 실시간 데이터베이스 접근이 용이해 최근 구단들 사이에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한다.
KBO가 발표한 구속은 ‘PTS 시스템’이 측정한 것이다. 몇몇 방송국과 포털 사이트에는 PTS 시스템이 분석한 구속이 찍혀 나온다. 오랜 기간 리그에 서비스를 했던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소 부정확할 수 있는 스피드건은 그렇다 치고, 트랙맨과 PTS은 왜 ‘꽤’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는 시스템의 추적 방식에 따른 차이다.
트랙맨은 미군이 사용했던 군사용 레이더 시스템을 스포츠계로 들여온 것이다. 말 그대로 공이 날아가는 동안 레이더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 궤적을 쏘며 추적한다. 트랙맨의 경우, 구속을 측정하는 위치는 타석에서 약 16~17m 떨어진 지점이다. 마운드와 타석의 거리가 18.44m고, 보통 투수들의 익스텐션이 160~200㎝이니 공을 놓는 지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커버한다고 볼 수 있다.
PTS는 각자 위치에 설치된 세 대의 카메라로 구속을 측정한다. 카메라 세 대가 찍은 공의 이동을 통해 각각의 위치로 값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설치 위치는 구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게 KBO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트랙맨보다는 타석에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의 구속이 찍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PTS보다는 트랙맨의 구속이 일반적으로 더 빠르게 찍혀 나온다. 보통 1.5㎞ 정도, 심하면 2㎞ 이상의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선수의 익스텐션이 다르고 놓는 위치도 다르기 때문이다. KBO리그의 그 투수가, 트랙맨으로 구속을 측정한 도쿄돔의 WBC에서 더 빠른 공을 던졌다면 이는 상당 부분은 측정 방식의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
수직무브먼트, 수평무브먼트, 릴리스포인트, 분당회전수(RPM)를 재는 방법도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트랙맨은 레이더가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나 포수의 미트까지 꽂히는 동안 회전하는 숫자를 정확하게 추적해 분당에 맞춰 산출한다. 무브먼트의 경우도 실시간 추적이다. 데이터 분석가들은 “구속 측정뿐만 아니라 회전수나 무브먼트 계산에서 오차가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도 똑같은 시스템을 활용했기에 자료 비교도 용이하고 신뢰성도 높다. 문동주의 161㎞가 사라진 건, 어쩌면 국제 추세에서는 다소 아쉬운 일일 수도 있다.
PTS는 카메라가 찍은 것을 토대로 소프트웨어가 영상으로 자동 계산을 하는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다. 구속 등 각종 정보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녹화된 영상으로 재추적할 수 있다. 역산에서 나오는 단점도 있지만 이는 카메라 방식의 장점으로 트랙맨도 업그레이드 방향에 카메라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또한 그런 상황은 극히 드물다 하더라도 전파 방해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측정 방식이 다르고, 도입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구속은 근래 들어 혼용되는 점이 있다. 트랙맨을 쓰는 KBO리그 9개 구단은 트랙맨 기준 투구 분석표를 작성한다. 이왕이면 구속이 더 나오는 것이 좋기에, 공 빠른 선수들을 보유한 구단들은 트랙맨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읽힌다. 반대로 PTS는 오랜 기간 써왔던 프로그램이라 트랙맨 도입 이전인 2017년 기록과 대비가 용이한 장점은 있다.
다만 KBO리그 레코드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구속을 공식 기록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메이저리그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선수들의 구속을 제공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 관계자는 “최고 구속이나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에서 관할하는 공식 기록 부문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미 언론에서도 현재의 트래킹 데이터 자료를 과거와 비교하지는 않는다. 대개 2015년 스탯캐스트 시대 이후로만 비교해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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