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人문화] 독서플랫폼 힘들다고 다들 말려… "다시 책 읽는 구독자 볼때 뿌듯해요"
출판계 새 비즈모델 갈증시기
서영택 대표 제안 창업멤버로
콘텐츠 확보하려 출판사 발품
창업 7년만에 누적회원 550만
쉽고 재밌는 독서법 항상 고민
오디오북·챗북 등 서비스 다양
전자책 IP 활용 드라마 제작도
"독서로 가치있는 일상 만들고파"
"밀리의서재로 인해 책을 다시 읽게 됐다고 말하는 구독자들을 만날 때 가장 뿌듯해요.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태형(44·사진) 밀리의서재 콘텐츠사업본부장은 독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할 때 어려운 일이라 잘 안 될 거라는 주위의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독서를 경험하는 방식을 다양화하고 싶어 창업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서영택 전 웅진씽크빅 대표이사가 2016년 설립한 밀리의서재는 2017년 10월 국내 최초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선보였다. 독서 콘텐츠를 비롯해 도서 IP를 기반으로 오디오북과 오디오드라마, 챗북(채팅형 독서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창업 7년 만에 14만권 이상의 독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누적 회원수 약 55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공급 계약을 맺은 출판사는 1500개사가 넘는다. 독서 플랫폼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2021년 9월 지니뮤직이 인수하면서 KT그룹에 합류했다.
서 대표는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들을 독서 플랫폼으로 모아 독서 시간을 생활의 일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김 본부장에게 콘텐츠 기획을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했지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 관련 업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출판업계에서 종이책부터 전자책, 오디오북, 애플리케이션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갈증이 있던 시기에 서 대표를 만났고, 독서 플랫폼 서비스는 그에게 기회로 다가갔다.
최근 서울 마포구 밀리의서재 사옥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밀리의서재 창업 초기에는 콘텐츠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며 "당시만 해도 구독서비스라는 개념이 흔치 않아서 출판사들은 물론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사들을 찾아다니며 비전을 설명하고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일에 많은 노력을 했다"며 "콘텐츠를 모으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저희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출판사가 늘고 그에 따라 구독자 반응도 점점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책을 읽고 독서를 경험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러 시도를 지속하고 있어요.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니즈는 있는데 읽는 행위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책을 읽게 할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했어요."
김 본부장은 밀리의서재와 다른 독서 플랫폼과의 차이점으로 전자책뿐 아니라 오디오북, 챗북 등 다양한 방식의 독서 콘텐츠를 함께 서비스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구독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일상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구독자의 취향을 부지런히 살폈다.
"오디오북을 시작했을 땐 듣는 시간이 길어져 자칫 지루해지거나 어렵게 느낄까봐 걱정했어요. 그래서 책의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낭독자의 해설을 더한 방식을 채택했죠. 책의 특성에 맞는 낭독자와 오디오북에 삽입되는 여러 효과음, 배경음악 등도 신경써서 선정하고 있어요."
챗북의 경우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행위가 '채팅'이라는 점에 주목해 어려운 주제의 책을 질문과 답변을 통해 채팅 방식으로 읽도록 도입했다. 김 본부장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에 챗북의 반응이 좋다"고 강조했다.
밀리의서재는 최근 도슨트북과 오브제북을 새롭게 시도했다. 김 본부장은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안내해주는 도슨트처럼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재밌는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도슨트북을 기획했다"며 "책 안의 텍스트와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해 책이 전하는 감성을 전달하고 체험하게 하는 오브제북도 얼마 전 첫 선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배우 오연서·이수혁을 섭외해 오디오 드라마로도 제작했다. 해당 도서는 밀리의서재를 통해 오리지널 전자책으로 공개된 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인 만큼 더 큰 스케일과 다른 포맷으로 팬층을 넓혀나감으로써 원천 지적재산(IP)인 도서를 찾게 만들겠다는 게 김 본부장의 기획 의도다.
그는 무엇보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 콘텐츠 확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밝혔다. "구독자가 좋아하는 작가의 도서를 모아 기획전을 하고, 재발견 도서나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구독자가 본인의 취향에 맞는 도서를 발견하고 그 책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찾게 해주고 싶습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재밌는 독립출판물을 모아 서비스한 것에 구독자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다양한 주제의 독립출판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서비스해보니 평소에 독립출판물을 잘 몰랐던 구독자들이 굉장히 신선해하며 반겨줬다"고 자랑했다.
올해는 밀리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밀리 안에서 많은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들을 좋은 콘텐츠로 제작해 사랑받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밀리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독서와 다시 친해질 수 있도록 독서의 허들을 낮춰주는 콘텐츠를 강화할 것"이라며 "올해도 구독자들의 일상에 독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일상을 더 가치 있게 채워주고 싶다"고 바람을 보탰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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