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결실 vs 원자재 불안… 대형건설사 1분기 실적 희비

박순원 2023. 5.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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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GS·현산, 신규 공정 본격화 등 위기 극복
DL이앤씨·대우건설, 원자잿값 상승에 영업이익 급락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건설사의 1분기 실적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사업은 위축됐지만 해외 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국내 신사업에서 결실을 거둔 덕분이다.

◇삼성물산, 주택 비중 낮은 포트폴리오의 힘…부동산 침체 영향 덜받아

삼성물산은 올 1분기 매출액 10조2390억원·영업이익 64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2010억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8.3%(990억원) 늘어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 덕택에 삼성물산은 이 영향에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타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 반면 GS건설과 DL이앤씨 등 타 건설사 포트폴리오에서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삼성계열 또 다른 건설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익이 225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9.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순이익도 175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4.7% 늘었다. 매출은 2조533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의 프로젝트 관리와 철저한 원가관리 노력으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며 "멕시코,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해외 프로젝트의 안정적 수행과 모듈화, 자동화 등 기술혁신 성과를 바탕으로 견고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주택 실적 강화·해외 대형 공사 본격화에 영업익 증가

현대건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1분기 매출이 45% 급증한 영향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311억원·영업이익 1735억원·당기순이익 15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 늘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건설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 됐지만, 매출이 크게 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건설 매출액은 전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1분기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38.5%)을 차지하는 건축·주택 부문은 올 1분기 2조3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보다 43.9%(7080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작년 1분기 1조642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조4950억원으로 51.9% 늘었다.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분양시장 호조에 따라 주택부문 실적이 확대됐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익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GS건설, 신사업 부문 힘으로 주택 부문 원가 상승분 상쇄

GS건설은 신사업 부문의 힘으로 주택 부문 원가 상승분을 상쇄했다. GS건설의 1분기 매출은 3조5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영업이익은 1590억원으로 작년 1분기 보다 3.9% 늘었다. 1분기 건축·주택 부문의 매출 총이익률(매출 원가를 제하고 매출 중 얻은 이익 비율)은 9.8%에 그쳤지만 수처리사업과 모듈러 주택 등 신사업 부문 매출 총이익률은 23.5%에 달했다.

GS건설의 영업익 성장세는 자회사 'GS이니마' 수처리 관련 플랜트 건설사업이 이끌었다. 수처리 사업은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민간·공공 부문에 담수를 판매하거나 용수를 공급하는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말한다.

GS건설은 지난 2012년 세계적 수처리 업체인 스페인 이니마를 인수했다. GS건설이 이니마를 인수할 당시에만 해도 회사 내부에선 이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맞는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GS이니마가 GS건설의 신성장 동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S건설 관계자는 "전년 동기대비 신사업 부문 실적이 크게 향상됐는데, 수처리 플랜트 사업인 이니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 DL이앤씨·대우건설, 매출 늘었지만 영업익 줄어...주택경기 위축 직격

다만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의 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DL이앤씨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85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937억원으로 같은 기간 8.77% 줄었다. 이는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철근·콘크리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지난해 초 건설 주요 자재인 철근·시멘트 가격은 재작년 동기보다 20~30% 올랐고,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118.30에서 올해 1월 150.87로 상승했다.

대우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이는 대우건설이 지난해 창사이래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2조 2495억원)보다 15.9% 증가한 2조 608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213억원) 대비 20.2% 감소한 1767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에 매출은 크게 늘어도 영업이익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며 "국내 주택과 원자재 이슈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업황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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