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배후 의혹 라덕연 입건… 주요 피의자 줄소환 예고

안승진 2023. 5. 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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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發 하한가 사태 수사 속도
‘주범’ 의혹 전직 골퍼 등 6명 특정
폭락 직전 판 김익래도 조사 전망
1년 전부터 증권사·외인 집중 매수
작전 세력 ‘CFD 활용’ 영향 분석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라덕연(사진)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을 입건했다. 검찰이 이번 사태 범행 의혹을 받는 주요 피의자들을 특정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YTN 캡처
이번 사태를 주도한 인물은 ‘배후’이자 ‘윗선’으로 지목된 라 대표와 ‘주범’으로 꼽히는 전직 프로골퍼 A씨를 포함해 최소 6명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서울 강남에서 스크린 골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연예인이나 부유층을 상대로 투자자를 모집해 주가조작에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A씨의 법인 사내이사 명단에는 라 대표가 이름을 올렸으며 라 대표 관련 모든 법인을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측근 B씨도 포함됐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인력이 합류한 합동수사팀은 이번주부터 주요 피의자를 불러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가 폭락 직전 자신의 지분을 605억원어치 매각한 키움증권의 오너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도 이뤄질 계획이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SG증권의 대량 매도 1년 전부터 국내 증권사와 외국인을 중심으로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이 집중 매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에서 증권사 자기자본이 대거 투입된 것을 놓고 향후 수사를 통해 내역을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가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이용해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1일 기준 8개 종목의 이전 1년간 증권사 금융투자, 외국인 투자 거래대금을 분석한 결과 모두 매수가 매도를 앞질렀다. 금융투자는 증권사가 자기자금을 활용해 투자가 이뤄진 것을 말한다.
다우데이타 경우 증권사 자기자본으로 1년간 591억원의 순매수가 이뤄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49억원 순매수했다. 앞선 1년간과 비교해보면 증권사의 순매수액은 2만7888% 급증했다. 서울가스도 증권사 자기자본으로 폭락 직전 1년간 829억원의 순매수가 이뤄졌다. 이전 1년간 거래대금과 비교해 4764% 증가했고 외국인 투자는 199% 늘었다. 삼천리는 283억원의 증권사 매수가 이뤄졌다. 전년 대비 2782%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도 260% 급증했다. 대성홀딩스는 폭락 전 1년간 외국인 투자가 500% 늘었다.

증권사 자기자본으로 인한 순매수 거래량도 급증했다. 다우데이타의 연간 순매수 기준 거래량은 직전 1년 대비 1만1312% 늘었고 대성홀딩스는 2851% 거래량이 급증했다.

이들 종목 주가 폭락 전 증권사 자기자본 투자와 외국인 투자가 급증한 건 작전 세력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매수세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CFD 거래가 외국인으로 잡히는 곳과 국내 증권사 금융투자로 잡히는 곳이 있다”며 “예를 들어 키움증권은 외국인 투자로 CFD 거래가 잡히지만 교보증권의 경우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관련 CCTV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을 입건했다.
뉴스1
이러한 증권사와 외국인의 수상한 집중 매수세에 일찍부터 이들 종목의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작전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상황 등을 활용해 교묘하게 당국의 눈을 피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작전주의 주요 테마가 된 것은 가스주인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MSCI) 편입 등을 소재로 종목들을 치밀하게 준비해 이상을 감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자기자본 투자의 경우 소유주체가 가려진 경우가 많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한가 사태 8개 종목 중 6개는 국내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발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종목이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다우데이타와 하림지주, 선광 등 3개 종목은 공매도가 가능한데 선광은 지난달 19일부터, 다우데이타와 하림지주는 주가하락이 시작된 21일부터 공매도 거래물량이 증가했다.

고소전도 벌어지고 있다. 라 대표는 키움증권의 반대매매로 이번 주가하락 사태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등을 예고했다.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배상금을 염두에 둔 피해금 지불 각서까지 썼다.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2일 고소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이날 검찰에 주가조작 혐의 세력을 고소했다. 법무법인 이강은 서울남부지검에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10여명을 대리, 주가조작 의혹 세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조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안승진·윤준호·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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