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이요? 버스 타세요"…속상해하던 꼬마팬의 잊지 못할 하루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사인을 다 했다 생각하고 버스에 탔는데, 그 어린이팬이 사인을 못 받았나 봐요. 선수들도 버스에 다 탔길래 한번 버스 안을 구경시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NC 다이노스 선수단은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4-1 승리를 거두고 기분 좋게 창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NC는 한화와 주말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덕분인지 NC 구단 버스 주변에는 선수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한번 더 보고,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가득했다.
NC 외야수 박건우(33)는 경기 뒤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한 명 한 명 사인을 해주고는 짐을 싣고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버스 문밖에 다급한 표정을 한 팬이 눈에 들어왔다. 그 팬은 '아이에게 사인 한번만 부탁한다'고 간절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박건우는 마침 선수들이 거의 다 버스에 탄 상황이라 잠시 고민하다 아이를 향해 "버스에 타라"고 이야기했다. 꼬마팬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버스에 올라 박건우를 비롯한 NC 선수단의 환대를 받았다. 박건우는 꼬마팬에게 그 자리에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선물했다.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고, 버스에 있던 과자도 손에 쥐어 준 뒤 보호자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연은 꼬마팬의 보호자로 함께했던 팬이 SNS에 박건우를 향한 감사 인사를 남겨 널리 알려졌다. 이 팬은 "(박)건우 선수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랑 오늘(30일) 처음 직관을 갔다. 경기 끝나기 전부터 퇴근길에서 기다렸는데, 박건우 선수가 반대쪽에서 사인해 주시다 들어가서 너무 속상해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건우 선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쳐서 입 모양으로 제발 아이가 여기 처음 왔는데 사인 한번만 부탁드린다고 손짓과 몸짓을 다 해서 설명했는데,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해주셨다. 박건우 선수님이 버스 위로 올라오라고 하셔서 얼떨떨해하다가 (아이에게) 얼른 가라고 했는데 응원봉에 사인해 주시면서 과자도 정말 잔뜩 챙겨주셨다. 선수분들한테 인사도 시켜주시고, 첫 추억을 이렇게 좋게 간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건우는 "팬분께서 미담이라고 알려주셨지만, 사실 내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일"이라며 머쓱해한 뒤 "아이에게 응원해 줘서 고맙다고 하고, 쑥쑥 크라고 천하장사 소시지랑 과자 몇 개를 쥐여줬다. 그리고 버스에 있던 선수들을 불러서 아이와 다 인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NC 선수들은 찰나에 꼬마팬에게 인기투표까지 진행했다. '이 버스 안에서 가장 잘생긴 선수를 뽑아달라'고 질문하자 꼬마팬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박건우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박건우는 이런 팬 서비스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선수단과 함께 여러 방법을 고민해 보려 한다. 경기에서 이긴 날에는 어린이팬 한두 명에게 선수단과 함께할 기회를 주면 어떨까 지금은 막연하게 생각해 보고 있다. 홈경기 때는 라커룸, 원정경기 때는 버스 투어를 잠깐이라도 하는 쪽을 고민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부딪힐 장벽은 많겠지만, 어린이팬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것은 KBO가 장려하는 일 가운데 하나이니 가치 있는 고민이다.
박건우는 "나도 어릴 때 '저 야구단 버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던 적이 많았다. 마침 기회가 생겨 어린 친구가 좋은 추억을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다른 팬 서비스도 많겠지만,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이런 팬 서비스를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다. 팀이 이기는 경기가 더 많아져서 다른 어린 친구들도 이런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이어 "어린 친구들은 보통 부모님과 함께 야구장을 방문하지 않나. 그 어린 친구의 부모님도 아이가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수 있고, 그럼 그날만큼은 그 가정이 화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앞으로도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