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세사기 기준엔 ‘무자본 갭투자’…“보증금 반환 의사보다 능력”

장나래 2023. 5. 1. 18: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인천 전세사기 관련 동행 망상지구 특혜도 내사
1일 청계광장 인근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관련 특별법 비판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자본 갭투자’를 단기간에 여러 차례한 경우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1일 정례간담회에서 ‘전세사기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더 높은 무자본 갭투자 쪽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한 채가 아니고 단기간 여러 채 하는 경우 충분히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자기 재산없이 소유했는데 세금을 낼 경제적 수익처가 없는데 실소유자가 세금을 정산해주는 게 확인되면 사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세사기로 문제가 된 ‘빌라왕’ 등은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돈 한푼도 들이지 않고 수십에서 수백채를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보증금 돌려막기’로 버티다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이런 계약을 주도한 부동산컨설팅 업체들 가운데 바지 임대인의 세금을 정산해주는 곳도 있다.

경찰은 ‘미필적 고의’에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을 예상하고도 무자본 갭투자를 계속했다면 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있다. (전세사기범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세금이 오르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충분히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전세사기 성립 여부가 달라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단 지적엔 “경기가 좋아 피해가 없으면 수사할 필요가 없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피해가 발생한) 그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보다는 변제할 능력이 있었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상 피해자의 6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로 적시된 ‘수사개시’ 요건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은 사기로 접수가 됐으면 폭넓게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고, 국토부 해석은 그쪽 입장과는 다른 결인 것 같다. 국토부와 잘 협의해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며 아직 협의된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국토부는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피해자 요건 중 수사개시 관련 규정을 ‘수사개시 등 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 안 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3조4호)에다가 ‘임대인 등이 임차인을 기망하거나,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 소유권을 양도한 경우’를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수사개시 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에 예시를 추가해 보다 구체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경찰은 조직적 전세사기에 범죄단체조직죄는 의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범죄집단조직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죄단체조직죄는 조폭처럼 행동 강령이 명확하게 있어야 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범죄집단조직죄는 행동 강령이 없어도 임차인팀, 임대인팀 등이 유기적으로 각각 역할 정해져 역할을 분담하면 의율이 가능하다. 수사 중인 20여건의 사건에 적용이 가능한지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9일 기준 전세사기 764건을 수사해 모두 2251명을 검거하고 211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현재 1791명(470건)을 수사 중이다.

한편,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인천 건축사기단’ 남아무개(61)씨가 2018년 강원 동해안권경제자유개발청(동자청) 망상1지구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현재는 입건 전 조사 단계지만, 특혜 의혹에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최문순 전 강원지사 등 야권 정치인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