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으로 ‘기후변화 대응’ ‘경제성장’ 두마리 토끼 잡자

제주 해상풍력단지. 연합뉴스

[왜냐면] 이철웅 |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는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16%씩 성장해 지금의 20배가 넘는 거대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과 기술적 진보, 산업생태계 완성을 통한 경제성 확보는 이러한 성장세를 가속할 것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한 신냉전 상황에서 해상풍력을 주택과 산업체에 공급하는 전력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보고 집중투자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량을 30GW(기가와트) 수준으로 늘려 1천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일자리 8만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통해 산업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만 2030년까지 1660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매년 17억 달러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1년 14.6GW에서 2030년까지는 80GW, 2050년까지는 300GW 규모로 해상풍력 발전량을 대폭 늘려나갈 것을 제시하고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이 1350억 유로의 북해 해상풍력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해상풍력은 2030년 이후에는 가장 우수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포브스> 기사를 보면, 2020년 ㎿(메가와트)당 224달러에 이르던 해상풍력 생산비용이 2025년에 58달러로, 2050년경에는 20~25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상풍력에 대한 주요국의 막대한 투자와 관심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게 해상풍력은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 해상풍력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는 첫째 전용 항만과 배후 산업단지, 송전망 등 과감하고 선제적인 인프라 확충, 둘째 터빈과 플랫폼 등 설비 제조 및 시공을 위한 선박 건조 등 공급사슬의 구축, 마지막으로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생태계 구축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변변한 전용 항만조차 없는 상황이다. 대형화하는 해상풍력 터빈을 고려한 전용 항만 조성, 지내력(지반이 구조물의 압력을 견디는 힘) 강화 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 안타까운 부분은 시공을 위한 선박 및 설비의 확보 문제다. 내항화물운송사업법의 카보타지 규제(자국 선박 외 내항 간 여객 또는 화물 운송 불허)로 해상풍력 시공을 위한 전용 선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산업생태계가 미비한 국내 상황에선 우선 한전 등 관련 공기업이 나서서 테스트베드(시험장)를 운영하는 등 마중물 역할을 하고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규제 완화, 과감한 투자 및 세제 지원을 통한 리스크 관리와 경제성 확보가 선행해야 지자체와 민간의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해상풍력은 무한하게 활용 가능하고 경제적이며 탄소 배출 제로의 에너지로서 미래 산업의 쌀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철강, 기계 등 비교 우위를 기반으로 수십 배 성장할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고용창출은 물론 기술혁신 생태계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해상풍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원의 법제화 등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