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을 끝까지 마주한 여경의 전설 박미옥, 그 최초의 기록

[KBS 제주]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는 전설의 여형사가 있다.

1991년 대한민국 경찰 역사상 최초로 '여자형사기동대'가 창설되던 해,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가 된 박미옥.

교통순경으로서 거리에서 힘차게 수신호를 하던 그가 초보 형사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후 30년간 강력계 형사로 살아가며 그가 어떤 지옥 같은 사건과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지를.

탈옥수 신창원 사건,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사건 등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을 맡았던 형사 박미옥이 직접 쓴 책이 출간됐다.

그는 여성으로서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하고, 경찰조직 내에서 여성으로서 본인이 세운 최초의 기록들을 끊임없이 갈아치운 '여경의 전설'로 불린다.

드라마 〈시그널〉,〈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괴물〉, 영화〈감시자들〉 등 수많은 작품을 자문하고, 극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그가 처음 강력계 형사가 되었을 때,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기존의 남자 형사들에게도 여자 형사란 낯설고 이상한 존재였다.

여형사들은 쉽게 복사 심부름이나 보조업무로 밀려나기 일쑤였고, 여형사가 배치되면 '형사기동대 차로 운전연습을 하더라'같은 구설이 퍼지기도 했다.

여형사들끼리 거의 다 해결한 사건을 막판에 '여형사가 범인을 직접 검거하기엔 위험하다'는 이유로 남자 형사에게 고스란히 공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책에는 세간의 편견과 싸워야 했던 여경으로서의 삶과 탈주범 신창원을 검거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그의 일기장을 분석했던 일 등 그가 파헤쳐나간 수많은 사건의 전말이 기록돼 있다.

그에게 특진과 포상을 안기며 그의 이름을 회자되게 한 건 대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큰 사건과 지독한 범죄자들일 테지만, 이 책에서 그가 특히 공들여 기록한 것은 뉴스에 한 줄 나가지 못한 소매치기 일당이나 스토커, 차량 절도범들과의 전투다.

30년 형사 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경청과 응시로 사건을 해결했고, 여자라고, 남자라고, 범죄자라고, 전과자라고 그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고 막 대하지 않는 법을 몸과 마음에 새겼다.

인간의 극단적인 모습들이 수시로 터져 나오는 강력범죄 현장에서 선과 악의 끝을 목격한 '형사 박미옥'은 책을 통해 해결되지 못한 상처들, 남모르는 아픔들로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안부 인사를 건넨다.

그는 책을 통해 말한다. 오래된 상처와 원한들이 터져 피와 눈물이 되어 흐르는 현장에서 끝없이 후회하고 애도하지만 말고, 이제는 일상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풀며 살자고. 우리는 끝내 그럴 수 있다고.

형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감성'으로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형사 박미옥.

2021년 제주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을 끝으로 경찰을 떠나 제주에 살며 그가 회고한 30년 경찰 생활이, 그녀가 인간으로서 마주한 죄와 벌, 선과 악에 대한 일화와 깨달음이『형사 박미옥』에서 펼쳐진다.

문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