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이식 후 술ㆍ담배 다시 하다간 콩팥 다시 잃는다
몸속 노폐물을 거르는 ‘몸속 정수기’인 콩팥이 고혈압ㆍ당뇨병ㆍ사구체신염 등으로 망가져 소변검사에서 알부민뇨ㆍ단백뇨ㆍ혈뇨 등 이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60% 미만으로 떨어지면 ‘만성콩팥병’이라고 한다. 성인 7명 중 1명꼴로 만성콩팥병에 노출될 정도로 아주 흔하다.
특히 콩팥 기능이 90% 이상 떨어진 ‘말기 신부전(만성콩팥병 5기)’이라면 1주일에 2~3회 혈액ㆍ복막투석(透析)을 받아야 한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콩팥병은 악화 속도도 빠르고, 합병증으로 사망률도 높아진다.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콩팥이식이 유일하다.
‘콩팥이식 전문가’ 최지윤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콩팥이식을 받으면 5년 생존율이 95%가 넘는다”고 했다. 최 교수는 “콩팥이식 후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예전처럼 술ㆍ담배를 다시 시작하는 환자가 있는데 이는 이식 콩팥 수명을 단축하고 심ㆍ뇌혈관 질환과 위ㆍ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콩팥이식은 어떨 때 해야 하나.
“만성콩팥병은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사구체여과율(콩팥 속 사구체(絲球體)가 혈액을 걸러내는 정도)이 30%까지 줄어든 3단계까지는 합병증 여부를 검사하고, 진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한다. 사구체여과율이 15~29%로 감소한 4단계(말기 신부전)에서는 투석이나 이식 같은 신(腎)대체 요법을 준비하고 시작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투석을 시작해도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하고, 이로 인한 심ㆍ뇌혈관 질환 등 합병증이 생겨 사망률이 높아지므로 콩팥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콩팥이식은 두 가지로 구분한다. 공여자에게서 받은 ‘생체 기증 콩팥이식’과 뇌사자에게서 기증받는 ‘뇌사자 기증 콩팥이식’이다. 장기이식 대기자 통계에 따르면 콩팥이식 대기 기간은 평균 7년 정도(2,222일)다. 생체 기증 콩팥이식은 가족에게서 받는 경우가 75% 정도다.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다르거나 조직형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도 수술할 수 있다. 콩팥이식 전에 항체 형성을 억제하는 약물과 형성돼 있는 항체를 걸러내는 처치와 혈장교환술을 미리 시행해 항체 수치를 떨어뜨린 뒤 이식을 진행한다.
혈액형 부적합 장기 이식이 늘면서 장기적으로 장기 이식 예후(치료 경과)는 동일 혈액형 공여자에게서 기증받은 이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콩팥이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식을 고려하면 우선 신장내과나 이식외과 진료 후 장기이식센터의 전문 간호사에게 상담을 받는다. 공여자가 있으면 생체 기증 콩팥이식을 시행하는데 공여자와 수혜자에게 수술을 결정할 시간을 충분히 준 뒤 공여자와 수혜자 각각의 건강 상태를 검사한다.
또한 사회복지사가 공여자와 수혜자 간의 서류 심사 및 상담을 통해 이식의 순수성에 대한 상담 평가 후 이식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승인을 받은 뒤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은 우선 공여자와 수혜자 간 면역학적 일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검사하고, 전신 건강 상태를 평가한다. 콩팥 공여자는 16~65세로 신체검사에서 건강하다고 판명돼야 하며 자신의 뜻대로 콩팥 기증을 원해야 한다. 또한 검사를 통해 콩팥이 해부학ㆍ기능적으로 정상으로 판명돼야 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간염, 암, 정신 질환 등이 없어야 한다.
최근에는 콩팥 기증을 하려면 혈액형이 같을 필요가 없지만 조직 적합성 교차 반응 검사에서 거부 반응이 없어야 한다. 적절한 공여자가 없으면 투석을 시작한 뒤 KONOS에 등록해 뇌사자 기증 콩팥이식을 기다리게 된다.”
-콩팥이식 후 흡연ㆍ음주를 해도 괜찮나.
“콩팥이식 후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술 한잔해도 되나요?’ ‘담배를 다시 피워도 되나요?’ 같은 질문을 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흡연은 암ㆍ호흡기 질환ㆍ심혈관 질환ㆍ뇌혈관 질환 등, 음주는 암ㆍ심혈관 질환ㆍ뇌혈관 질환ㆍ간 질환 등을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콩팥이식을 받은 환자에게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하기에 금연ㆍ금주는 필수적이다. 콩팥이식 코호트에 등록된 콩팥이식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콩팥이식 수혜자가 담배를 피우면 콩팥 이식 소실 위험이 2.82배 증가했고, 흡연량이 늘어날수록 그 위험성이 더 높아졌다.
또한 콩팥이식 수혜자의 40.6%가 이식 당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이식 2년 뒤에도 수혜자의 23.4%는 계속 음주를 했고, 11.9%는 이식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이식 후 음주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콩팥이식 후 음주하면 총콜레스테롤,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해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과음하면 탈수를 일으키거나 면역억제제 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콩팥이식 후에는 콩팥 기능을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금연ㆍ금주해야 한다.”
-콩팥이식 후 생존율이 어느 정도 향상되나.
“KONOS 통계에 따르면, 콩팥이식 환자의 5년 생존율이 96.01%고, 뇌사자 기증 콩팥이식은 90.27%였다. 콩팥이식 환자의 5년 이식 콩팥 생존율도 85.4%로, 이는 미국장기이식관리센터(UNOS)가 발표한 이식 콩팥 생존율이 1년 98.5%, 5년 90%, 10년 77.1%과 대등한 수준이다. 또한 이식 콩팥의 거부 반응으로 콩팥 기능을 잃더라도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고 투석이나 콩팥이식을 다시 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콩팥이식 후 관리는 어떻게 하나.
“콩팥이식을 받으면 더 이상 투석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수술 후에도 조심하고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수술 후 회복기에는 몸의 변화에 대해 적응하고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 수술 후 영양 관리도 중요해 적절한 열량과 단백질 공급,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한 안정된 체중 유지도 중요하다.
이식 수술 후에는 이식 콩팥이 우리 몸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먹게 된다. 이 때문에 감염에 취약한 시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 면역억제제 장기 복용해야 하므로 이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거대 세포, 헤르페스, 폐포자중에 의해 기회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감염도 면역체계가 약화돼 있기에 걸리기 쉽다. 이 밖에 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약물 사용에 따른 당뇨ㆍ골다공증ㆍ속 쓰림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ㆍ혈소판감소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여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나.
“한쪽 콩팥을 기증해도 시간이 지나면 기능을 70~80%까지 회복하므로 장기적으로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수술 후 기대 수명도 달라지지 않는다. 기증자 대부분은 콩팥을 기증해도 안전하지만 주기적으로 콩팥 기능과 전신 상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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