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귀국…국민의힘 "큰 성과" vs 민주 "호갱외교"

박준우 기자 2023. 5. 1. 18: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났죠. 정부·여당은 안보와 경제 두 측면에서 모두 큰 성과가 있었다, 이렇게 스스로 치켜세우고 있는데요. 반면 민주당은 성과 없는 "호갱외교였다"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법과 IRA 관련해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분위기인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줌 인'이 정말 오랜만에 1번 발제를 맡게 됐습니다. 이게 다 조익신 국장대행의 횡포 때문인데요. 불만하면 회의 끝나고 곧바로 옥상행이기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오늘(1일) '줌 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안보와 경제 두 분야로 나눠서 집중 해부해보겠습니다. 먼저 안보 분야인 '핵 공유 호소인?'부터 '줌 인'해보겠습니다.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현지시간 지난달 26일) : 우리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시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하는 '핵협의그룹', 이른바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를 신설하는게 골자입니다. 미국이 핵 우산을 좀 더 넓게 펼치되 한국은 자체 핵 무장을 하지 않는 조건인데요.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을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대의 성과라고 띄우고 있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말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는데요. 단순히 핵 우산을 함께 쓰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개념과 비슷하다고 치장한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단호박 대응으로 맞섰습니다.

[에드 케이건/미국 NSC 선임국장 (현지시간 지난달 27일) : 아주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것을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이 핵공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없지만, 우리의 정의로는 핵공유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의로는 핵 공유가 아니다, 이말인즉슨 한국 혼자 멋대로 생각한 거라는 의미인데요. 아무래도 한국에 직접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겠죠.

[에드 케이건/미국 NSC 선임국장 (현지시간 지난달 27일) :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상당히 직설적인 발언인데요. 외교가에서도 이례적이란 평이 나왔죠. 선 넘은 확대 해석은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입니다. '핵 동맹'이라고까지 치켜세웠던 국민의힘도 민망한 상황이 됐는데요.

[장동혁/국민의힘 원내대변인 (4월 29일 / 음성대역) : 한·미 군사동맹은 핵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반도가 핵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사실 미국은 한반도 전술핵 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피하려는 분위기였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수차례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던 바 있는데요.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달 26일) : 확장억제는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고 완전한 협의를 통해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점은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굳건한 NPT 의지를 갖고 있음을, 워싱턴은 북핵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억제력 강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당장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공격했습니다. 김태효 차장의 '사실상 핵 공유' 발언은 '궤변'이라는 겁니다. '핵 인지 감수성'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판이라고 비꼬았죠. 박용진 의원은 '핵 공유 호소인'이라고 비하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그러나 북핵 대응 성과를 부풀리려다가 대한민국을 핵공유 호소인으로 전락시키는 망신 사건까지 있었던 거 아니에요? '나토식 핵공유? 그래, 대한민국과도 핵공유'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신 모양인데, 그게 그냥 수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러면 김태효 안보실장은 빨리 정리해야 돼요.]

대통령실은 "용어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다"는 반응을 내놨는데요. 미국과 우리는 '핵 공유'를 달리 정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나토식 핵 공유'를 생각했다면 우리는 워싱턴 선언에 담긴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핵 공유로 정의한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양자 간 핵 공유에 대한 온도 차가 좁혀지지 않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을 맹주로 하는 나토의 '핵기획 그룹', 이른바 NPG(Nuclear Planning Group)의 사례에 해당하는데요. 나토의 NPG와 한미의 NCG의 용어 차이는 분명합니다. NPG에서 'P'는 '기획', NCG에서 'C'는 '협의'입니다. NPG는 나토의 회원국이 핵 정책을 미국과 '공동 기획'해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방식인데요. 실제로 미국은 독일, 이탈리아 등 나토 회원 5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미국이 나토 국가와 함께 1966년 핵공유를 한다라는 표현 아래 핵기획그룹, 영어로 NPG라는 걸 창설해서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핵심 중에 하나는 그 지역에 그러니까 유럽 지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그 무기를 사용할 때 나토 국가의, 사실은 5개 국가인데요. 그 국가와 함께 같이 훈련을 하면서 그 무기를 사용한다…]

반면 NCG는 미국이 핵 정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협의'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도 아닌데요. NPG의 '공동 기획'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정부·여당은 NPG가 연 1회 회의를 진행하는 반면 NCG는 분기별 1회 회의 소집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 : 핵협의그룹은 나토식 핵공유보다 더 실효성을 갖춘 것입니다. NCG는 다자가 아니라 한·미가 일대일로 참여·운영하는 약정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핵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우리와 협의하고, 방안을 마련하고 그에 입각해 연합훈련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자체 핵무장보다 더 큰 이익 될 것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워싱턴 선언'에 대해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될 것"이라며 애드벌룬을 띄워왔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나토식 핵 공유'에는 못 미치는 마당이죠. 이제는 핵 우산 확장을 명문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현지시간 지난달 28일) : 이제 핵이 포함된 그런 한·미 상호 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를 않고 어느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리된 아마 가장 첫 번째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자체 핵개발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 혹은 국내 여론 달래기용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현지시간 지난달 28일) :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독자 핵개발을 안 하고, NPT를 존중하고 이런 것이고요.]

자, 이제 경제 분야로 넘어가볼까요? 'IRA·반도체법은 어음만?'인데요. "환대의 따뜻함이 성공의 척도라면 방미는 성공적", 이번 방미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한 줄평입니다. 다시 말하면 환대 말고는 얻은 게 없다는 냉소적인 평가인데요. 실제로 윤 대통령은 미국 의회 연설 가운데 26번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56차례 박수를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환영 만찬에서 부른 '아메리칸 파이' 역시 화제가 됐죠. 1분에 걸쳐 계획된 '깜짝 공연'을 펼친 건데요. 뒤에 서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받은 환대, 기분은 좋지만 그래도 계산기는 두드려 봐야할 텐데요. 이번 방미에는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120여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죠. 윤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부했던 만큼 59억달러, 약 8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양국 기관과 기업간 50건에 달하는 첨단산업 협력 관련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우리 기업이 미국에 푼 투자 보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대차그룹·SK그룹은 배터리 관련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북미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요. 삼성SDI와 GM도 약 4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만들 예정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로섬 느낌인데요. 당초 개정을 기대했던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들여다 보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현지시간 지난달 26일) :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기로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긴밀한 협의'란 어음만 받아온 셈인데요.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과 대중국 수출규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없었습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죠. 현대·기아차 등 우리 기업이 IRA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구제할 방법도 명확히 합의되지 않았는데요.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젊은 한국인들은 '아메리칸 파이'의 가사는 모르지만, IRA에 대해선 알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입니다. 야당에서는 '호갱외교'였다는 비난을 쏟아냈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미국과의 관계에서 반도체, 자동차 문제에 대해 어떤 개선방안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지고, 특히 불필요하게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면서 한반도의 평화, 또 안보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죠.

[유승민/전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금 IRA법하고 칩스법 있잖아요. 그것도 이번에 구체적인 거 하나도 못 얻어왔잖아요. 그게 중국하고 경제 교류를 할 자유와 직결된 법들이거든요. 그래서 그 점이 경제에서는 제일 아쉬운 대목이죠.]

윤 대통령의 연설과 영어 노래는 미국인의 가슴만 울렸을 뿐이란 야박한 평가도 있었습니다.

[이재오/국민의힘 상임고문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달 28일) : 영어를 유창하게 했다든지 영어 노래를 잘했다든지 이거 하러 간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연설의 내용이 우리 가슴에 와닿는 게 있어야 되는데 내가 몇 번 번역된 연설문도 내가 2번 정독해서 읽었는데 그리고 내가 볼펜 들고 이거는 진짜 잘한 거다,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밑줄을 그으려고 볼펜 들고 딱 했는데 그런데 다 끝날 때까지 못 그었어.]

자, 오늘 '줌 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방미의 득실을 따져봤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 기업들, 양국의 긴밀한 협의만을 기다리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인데요. 결국 어음을 현금화하는 건 윤 대통령의 몫이 될 거 같습니다. 과연 윤 대통령은 긴밀한 협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을 춤추게 할만한 현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윤 대통령이 부른 '아메리칸 파이'의 한 대목으로 정리합니다.

"And I knew that if I had my chance I could make those people dance"
- American pie/Don McLean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