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건 녹음파일은 어떻게 ‘돈봉투 수사’ 증거로 쓰였나···이정근 측 “위법 수사”
돈봉투 의혹 수사 증거로 활용 돼 위법”
증거 수집 절차 명확한 설명해야 ‘지적’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측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사건에서 증거로 쓰인 3만여 건의 녹음파일이 돈봉투 사건 수사에서도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검찰이 증거 수집 절차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이 전 부총장 측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지난해 8월 알선수재 등 혐의로 압수수색과 임의제출을 통해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4대를 확보했다. 휴대전화에 있는 3만건 이상의 통화 녹음파일도 취득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 중 알선수재 혐의 관련 자료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다른 혐의(정당법 위반)를 인지해 돈봉투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총장 측은 검찰이 3만여건의 통화 녹음파일 중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 없는 자료를 갖고 있다가 뒤늦게 다른 혐의 수사로 활용한 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총장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더펌 건물에서 연 기자회견 및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일 일체를 취득해 증거로 보관했다”며 “알선수재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것들은 검찰이 보관하고 있어선 안 되는 자료이다. 지난해 말 선별 작업이 끝난 뒤까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담긴 자료를 계속 가지고 있는 건 불법”이라고 했다.
휴대전화 같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저인망식으로 이뤄진다. 압수수색 영장이 ‘관련 자료 일체’로 발부되다보니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정보도 압수되는 일이 잦다. 이 경우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관련 없는 자료는 삭제·폐기·반환하는 게 원칙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휴대전화 압수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를 구한 사건의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의 탐색, 복제, 출력이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나머지 정보를 삭제, 폐기, 반환해야야 할 의무가 있다”며 “만일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나머지 정보에 대한 압수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해 취득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해당 녹음파일에 대해 적법 절차를 거쳐 돈봉투 의혹 수사의 증거로 활용했다고 말한다. 다만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았는지, 임의제출에 의한 증거 수집인지 등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지난달 중순 이 전 부총장 남편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다시 임의제출 받았다”며 “사후적으로 휴대전화를 돈봉투 수사 증거로 수집한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통화 녹음파일을 갖고 있던 근거와 증거로 활용하게 된 근거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추후 법원에서 위법수집증거 여부를 다퉈야 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데다 피의사실공표도 아니기 때문에 검찰권 행사의 근거를 납득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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