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1만 4000쌍 무료로 결혼식 올려준 ‘은인’…신신예식장 ‘故 백낙삼 대표’를 기리며
이어서 ET 콕입니다.
["천사 같은 신부와 늠름한 신랑이 입장하겠습니다." -故 백낙삼 대표, 2012년 신신예식장 예식 中]
결혼식 사회부터 주례, 사진 촬영까지 '일인 다역'.
["여기 보세요! 찍겠습니다. 하나, 둘!" -故 백낙삼 대표, 2017년 신신예식장 예식 中]
예식이 진행되는 내내 정신없이 여기저기 다니는 이 사람은 다름아닌 예식장 주인입니다.
["(여보, 당신 오늘 수고 많이 했죠?) 예, 당신도 수고 많았습니다." -故 백낙삼 대표/최필순 여사 대화, 2012년]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옛 정취가 물씬 나는 골목길 한 가운데에 백낙삼, 최필순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예식장이 있습니다.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릴 엄두를 못 내거나 지각 결혼을 해야만 했던 신랑신부의 예식을 '무료'로 올려 준 곳입니다.
55년 동안 무려 만 4,000쌍에게 무료 결혼식을 선물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산의 천사'로 불리던 이들 노부부가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남편 백낙삼 대표가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난 겁니다.
향년 93세.
빈소에는 살아 생전 백 씨의 도움으로 무료 예식을 치렀던 부부들과 그 가족들의 발길이 끊일 줄 몰랐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주례 말씀대로 잘 살고 있다", "분명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백낙삼 대표는 처음엔‘길거리 사진사’로 일했습니다. 그때가 1962년, 청년 백 씨에겐 당시 ‘하루 200원 저축’이란 목표가 있었답니다.
그 시절 사진 한 장 가격은 20원, 비가 오는 날이면, 길에서 사진을 찍는 대신 산으로 가 나무를 하거나 비닐우산을 팔아서 하루 200원을 채웠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예식장을 차린 고 백낙삼 씨에겐 사연이 있었습니다.
31살에 당시로서는 늦깎이 장가를 든 그는 정화수 한 그릇만 달랑 올려놓고 혼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작은 단칸방에 부모님과 형님 부부, 조카를 포함해 13명이 함께 살 만큼 곤궁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고인은 '무료 예식 봉사'를 결심했고, 예식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당시 기준으로 사진값 6,000원만 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후에는 이마저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용은 안 받습니다. 왜냐면 돈보다 그분들이 행복하게 잘 살아주는 게 더 좋으니까요." -故 백낙삼 대표, 2012년 인터뷰 中]
무료인데도 이른바 '싸구려'로 하지 않았습니다.
“신부가 화장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오면 신랑이 ‘내 신부 어디 갔냐’라고 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예식에 온 정성과 마음을 쏟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만 행복하게 출발시켜 준 게 아니라 스스로도 모범적인 결혼 생활을 했습니다.
매년 부부의 날과 결혼기념일에는 꼭 아내에게 손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한 20년 전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최필순 여사, 2012년 인터뷰 中]
백 살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겠다던 백낙삼 대표의 꿈은 미완성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결혼식장 대여 비용은 물론이고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줄여서 '스드메'라고 하는 제반 비용 때문에 결혼식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은 세태 속에서 그가 남기고 간 울림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어려운 사람들에 평생 잊지 못할 날을 선물해온 고 백낙삼 대표.
그가 미처 못 이룬 꿈은 이제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백 씨는 사후 묻힐 곳도 부부가 함께 심었던 꽃나무 아래로 정하고 자연수목장으로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지금까지 이티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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