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난민 샤갈의 '나치 정권 탈출기' [영화 리뷰]

김희경 2023. 5. 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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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마르크 샤갈과 막스 에른스트 그리고 철학자 발터 벤야민과 한나 아렌트. 이들 유대인은 독일 나치 정권의 표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치 정권의 눈을 피해 난민들을 망명시키려는 작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난민 가운데는 샤갈, 에른스트, 벤야민 등 당대의 예술가와 철학자로 명성이 높은 인물들이 등장해 생동감을 높여준다.

혼신의 힘으로 도망치는 난민들과 이들을 돕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역사적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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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건너는…'
예술가 등 4000명 난민 구출한
국제구조위원회의 실화 그려내

화가 마르크 샤갈과 막스 에른스트 그리고 철학자 발터 벤야민과 한나 아렌트…. 이들 유대인은 독일 나치 정권의 표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해받으며 도망 다닐 때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세계적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조위원회(IRC)다. IRC는 이들을 포함해 4000명이 넘는 난민의 망명을 도왔다.

IRC의 시초가 된 긴급구조위원회(ERC)의 난민 구출 작전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대서양을 건너는 사람들’(트랜스아틀란틱)이 최근 공개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줄리 오링거의 소설 <비행 포트폴리오>가 원작이다.

드라마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한다. 나치 정권의 눈을 피해 난민들을 망명시키려는 작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난민 가운데는 샤갈, 에른스트, 벤야민 등 당대의 예술가와 철학자로 명성이 높은 인물들이 등장해 생동감을 높여준다.

이야기는 미국 자산가의 딸로 태어나 난민을 돕는 데 앞장서는 메리 제인 골드(길리언 제이컵스 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난민 여성에게 자신의 고급 옷을 벗어주고, 돈까지 쥐여줄 정도로 난민 구호에 열심이다. 제인 골드와 난민 구호자들의 활동은 한 편의 첩보 스릴러처럼 그려진다.

도망가는 곳마다 나치 병사들이 나타나 쑥대밭이 되고 만다. 혼신의 힘으로 도망치는 난민들과 이들을 돕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역사적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와 철학자 등의 탈출 과정은 비극을 극대화한다.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벤야민의 고통이 크게 다가온다.

인상적인 장면 중에는 난민들의 파티가 있다. 박해받는 예술가들이 모여 독특한 복장을 하고 왁자지껄 파티를 여는 모습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다. 파티엔 샤갈, 에른스트뿐 아니라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후원한 페기 구겐하임도 참석한다. 구겐하임과 주변에 여자가 많았던 에른스트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장면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만 탈출과 관련한 패턴을 반복해 긴장감이 떨어진 점은 아쉬웠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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