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사이먼 니콜스 러쉬 인터내셔널 파트너 서포트팀 디렉터 | “지속 가능한 브랜딩 위해 러쉬는 3가지 가치를 지켰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2023. 5. 1.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이먼 니콜스러쉬 인터내셔널 파트너 서포트팀 디렉터 전 캐드베리 영업 임원, 전 바디숍 상품생산 매니저·오퍼레이션 디렉터 사진 조선비즈 DB

1995년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회사로 시작한 러쉬는 이제 전 세계 50여 개국, 900여 개 매장으로 확장했다. 작은 비누 회사였던 러쉬가 이렇게 확장할 수 있었던 데는 제품 경쟁력도 있었지만 독특한 브랜딩 전략이 한몫했다. 이른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브랜딩 전략이다.

영국 러쉬 본사에서 지속 가능한 브랜딩 전략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사이먼 니콜스(Simon Nicholls) 러쉬 인터내셔널 파트너 서포트팀 디렉터는 3월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유통산업포럼’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브랜딩에 대해 말하면서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의 발언부터 인용했다.

“유행은 흐름을 타면서 수용하라. 하지만 가치 측면에선 큰 바위처럼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다음은 포럼 강연 내용과 추가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1 러쉬는 제품을 만들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 러쉬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FAT(Fighting Animal Testing)’. 2 러쉬에서 판매하는 고체 비누들. 포장지 없이 진열해 두고, 고객이 원하는 양만큼 잘라서 판다. 사진 러쉬코리아

토머스 제퍼슨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이유가 있나.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효과적이고 의미 있게 실행하는 건 어렵다. 유행의 흐름만 타고 가치는 지켜야 하는데 정작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서 발언을 인용했다. 30년가량 브랜드 러쉬가 살아남고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핵심 가치 때문이다.”

러쉬의 가치는 뭔가.
“러쉬의 가치는 크게 세 가지다. 제품을 ① 신선하고 윤리적인 원료를 가져와 ② 기계보단 손으로 만들고 ③ 포장을 최대한 하지 않는다.”

원료는 어떤 방식으로 가져오나.
“윤리적인 원료를 구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원자재 납품 업체가 아동 학대나 동물 학대를 하지 않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수송되는지를 확인한다. 원료 구매 방식을 바꾸기 위해 사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2020년 립 스크럽을 회수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립 스크럽 제품 원재료인 설탕을 공급하는 업체에서 탄화 골분(bone char)을 활용해 정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제품에 사용된 설탕은 식품 등급으로 인체에 무해했다. 품질과 안전성에도 모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설탕을 가공하는 과정에 해당 성분을 활용한다는 점은 러쉬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기업이니까 바로 매장에서 제품을 회수하고 환불을 시행했다. 손실을 봤지만 가치는 지켰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급 업체의 반응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러쉬는 제품을 만들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나라엔 신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진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고 그걸 지켜나가고 있다.”

제조 방식은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집한다고 했다. 이유가 있나. 비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0만 개의 ‘바스 밤(입욕제)’을 만들었다. 우리의 생산시설은 지속적인 생산 방식이 아니라 끊어서 만들고 있다. 매우 노동집약적인 생산 방식이다.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전기 소모량이 굉장히 적다. 친환경적이란 뜻이다. 핸드메이드 방식을 통해 장인정신을 고양시킬 수 있다.”

포장을 줄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했나.
“제품을 감싸고 있는 것을 모두 벗겼다. 러쉬의 샴푸 바가 대표적이다. 샴푸 바 매출로 보면 지금까지 약 17만 개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었다. 또 바스 밤 용기를 매장으로 가져오면 페이스 마스크로 바꿔주고 있다. 소비자는 재활용으로 환경을 생각하면서 마스크도 얻을 수 있고 러쉬는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다.”

사실 친환경 화장품은 많은 제품에 따라붙는다. 러쉬만의 특별한 점이 있을까.
“보존제 없는 화장품, 보존제를 줄인 화장품을 만들어야 피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 러쉬를 창업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러쉬는 제품의 신선도를 위해 판매국에 따라 원산지가 다르다. 제품에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표시돼 있고 유통기한도 다른 친환경 화장품 대비 현저히 짧다. 친환경 화장품을 표방한 다른 화장품과 다른 점이다.”

러쉬의 홍보 방식에도 차별점이 있나.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광고보단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캠페인은 환경, 동물 보호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러쉬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관심이 있는지 알리기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판매 촉진법인 가격 할인 정책도 고려하지 않는다. 대신 러쉬 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홍보도 중단했다. 젊은 사람들은 SNS로 불안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이런 사회적 해악은 러쉬의 가치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SNS가 많은 사람의 눈과 귀를 잡고 있는 시대다. SNS를 통한 홍보를 중단하는 것은 영구적인가.
“언젠가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콘텐츠에 진정성을 보이고 이 콘텐츠들에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될 때까지 SNS를 광고에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아닌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 그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 중심이 ESG이고, 이 가치에서 모든 것이 출발해야 한다.”

경쟁 업체 혹은 눈여겨보는 다른 브랜드가 있나.
“분야는 다르지만, 애플을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다. 단지 좋은 제품일 뿐 아니라, 이전에 사람들이 애플 제품 없이 살 때는 필요성을 몰랐던 제품을 만들어서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 네 삶이 달라질 거야’라고 제안한다. 같은 업계에서는 이솝(Aesop)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들이 만든 향수는 특별하다. 기업 철학 측면에서는 파타고니아(Patagonia)를 뽑고 싶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