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대통령 경제론’ 펴낸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 “尹 대통령 시대적 사명은 시장 경제 바로 세우는 것”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 경쟁력의 위기다.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생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시장 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은 4월 13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시대적 사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66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경제 관료로 30년, 이후 경제 관련 연구소와 단체에서 25년을 지내면서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 운용 과정을 지켜봤다. 때로는 실무자로서 직접 경제 정책을 설계하고 구현하며 대통령에게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정통 경제 관료로서의 경험과 민간에서의 연구를 바탕으로 신간 ‘대통령 경제론’을 냈다. 오는 5월 취임 1주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간으로 ‘대통령 경제론’을 펴냈다.
“한국은 경제 전문가가 대통령 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비(非)경제 전문가가 대통령이 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최종 성공 여부는 무엇으로 평가하나. 바로 경제다.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좋은 경제를 만들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그런 대통령에게 50년 이상 경제 정책을 다루면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10회에 걸쳐 신문에 ‘대통령 경제론’을 연재했고, 이를 엮어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
책에서 역대 대통령마다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은 무엇인가.
“우선 문재인 정부가 벌인 파행적 경제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문 정부의 사회주의적, 전체주의적 정책은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겠다고 작심한 정책이었다. 국민이 윤 대통령을 뽑은 것도 이전 정부가 엉망진창으로 만든, 자유 시장 경제 원리로부터 100% 벗어난 경제를 정상화하길 원해서였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의 경제 시스템을 시장 경제의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바꿔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 후반기부터 한국 경제는 변곡점에 진입했다. 이전까진 기업이 아닌 정부가 경제를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급변하며 예측이 어려운 국제 환경에서 정부라는 단일 이성에 의해서는 유연하고 능률적인 경제 운용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그렇게 유능한 조직이 아니다. 정부가 경제를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말한 ‘치명적 자만’이다. 책임과 권한이 분산된 유연한 경제 운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국가주의 경제사상에서 벗어나 시장과 기업에 맡기는 자유 시장 경제 원리로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
왜 지금 시장 경제인가.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을 봐라. 경제성장률이 하락세다. 경쟁력의 위기다.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경쟁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생긴다’가 내 지론이다. 한국의 농업과 중소기업, 정치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이 없으니 발전이 없다. 결국 경쟁적 구조를 보장해 주는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바로 시장 경제다. 시장 경제의 본질로 가지 않으면 한국은 경쟁력을 회복할 길이 없다.”
시장 경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익부 빈익빈, 또는 형평성의 문제가 부작용으로 제시된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불공평한 나라가 어디인가? 북한이다. 북한의 지니계수는 0.8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도 0.5 수준으로 알고 있다. 사회주의 종주국들이 되레 더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장 경제가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형평에 맞는 시스템이라는 신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형평은 모두가 똑같이 나눠 갖자는 뜻이 아니다. 그건 공산주의다. 개인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를 얻는 것이 진정한 형평이다. 그런데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국가가 복지 제도를 통해 도우면 된다. 자유 시장 경제가 완벽한 제도라고 할 순 없지만, 이보다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은 아직까지 나온 적이 없다.”
시장 경제 실현을 위한 대통령의 역할은.
“물량적이며 목표지향적인 경제 목표를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7% 성장 공약,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약 5216만원), 세계 7위 선진 대국), 박근혜 정부의 474 공약(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경제의 대표 국가 미국의 대통령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봤나. 경제 성적표를 매기는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다. 시장이다. 숫자로 제시하는 공약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럼 기업과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서로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는 관계가 돼야 한다. 기업 규제를 풀고, 기업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맡겨야 한다. 과거 공직에 있을 때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한국이 갖고 있다. 기업이 이룬 성과다. 정부는 기업이 성과를 냈다면, 그 이익을 마땅히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초과 이익을 두고 일명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횡재가 아니라 사업 리스크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일자리를 창출한다. 경제를 이런 시각으로 봐야지, 기업이 돈 많이 벌었으니까 더 내놓으라는 발상은 잘못됐다.”
대통령은 어떤 경제 참모를 곁에 둬야 하나.
“경제에 관한 깊은 지식과 시장 경제에 대한 이해와 신념을 갖는 것은 기본이다. 더하여 균형 감각을 갖춰야 한다. 또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국민을 잘살게 만들려고 하는 열정과 함께 냉철한 머리로 정책을 펼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주는 것이 정말 농민들을 도와주는 것인지, 오히려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농민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등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경제 참모가 필요하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한다면.
“아직 평가는 이르다. 다만 지금의 경제 정책 흐름은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대외 경제 정책에서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일본과 손을 잡겠다는 것은 100%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우리가 일본과 손을 잡을 이유는 많다. 한국과 일본은 단일 경제권을 만들어야 서로 잘살 수 있다.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이런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경제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최근 무역 적자도 심각한데.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호황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불황은 더 좋다’고 했다. 불황이 와야 자신을 되돌아보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불황이 주는 기회다. 한때 한국에 막대한 무역 흑자를 제공한 중국이 이제는 최대 적자국이 됐다.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조적 문제가 원인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위기지만, 이 위기를 바탕으로 중국에 편중된 무역 구조를 개선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가지만 조언한다면.
“초심을 잃지 마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외쳤다. 왜 자유를 외쳐야 하느냐.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바로 자유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의 경제적 버전이 시장 경제이고, 자유 기업주의다. 이것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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