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팬심’ 운영 일리오 오태근 대표 | “크리에이터·팬 연결 플랫폼에서 덕질 편하게 하세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크리에이터(creator·창작자)에게 선물을 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있어서 선뜻 선물을 열어보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전하게 선물을 잘 주고받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크리에이터와 팬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팬심’ 운영사 일리오의 오태근 대표는 유튜버 출신이다. 개인 방송에 관심이 있던 오 대표는 커뮤니티에서 게임을 잘하기로 유명했던 한 지인을 섭외해 영상을 직접 찍고 편집하면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유명세를 타면서 오 대표는 팬과 크리에이터가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현재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에서는 별풍선이나 기부만 가능하다. 선물을 보내고 싶어도 개인정보 노출 우려로 크리에이터에게 전달이 쉽지 않다.
오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11월 개인정보 노출 없이 선물을 전달하는 플랫폼인 팬심을 만들었다. 팬들이 직접 준비한 선물을 대신 보내주면서 크리에이터와 팬들 사이의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약 2만 명의 크리에이터와 약 15만 명의 팬이 팬심을 이용하고 있다. 오 대표를 서울 연남동 일리오 본사에서 만났다.
창업 계기는.
“대학생 때 우연한 기회로 기업가정신재단이 보내주는 핀란드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당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 2015년에 VR광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사업이 잘돼서 2년 만에 다른 기업에 인수됐다. 이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팬심 서비스를 구상했고,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로부터 투자받아 2018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팬과 크리에이터가 서로 안전하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팬들의 선물만 전달했는데, 크리에이터들도 팬들에게 감사 표시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크리에이터가 팬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팬에게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팬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가.
“역조공(크리에이터가 팬에게 선물하는 것) 사례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팬들이 크리에이터에게 선물을 보내는 ‘조공’ 건수는 작년 대비 30~40% 증가했고, 역조공 건수는 500% 이상 늘었다. 팬케어 매니지먼트(FCM)에 관심이 있는 크리에이터가 많다는 뜻이다. 크리에이터의 활동 기간이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이치다. 통상 크리에이터의 수명은 3년 정도다. 수명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 원동력이 되는 게 ‘찐팬’이다. 팬심에서는 팬들의 충성도에 맞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화된 메시지는 어떤 건가.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채팅창이다. 크리에이터는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주제를 던져 팬들과 소통한다. 그러나 각 팬에게는 자신이 한 말과 크리에이터가 한 말만 보인다. 이런 장치를 통해 일대일 대화처럼 보이도록 했다. 크리에이터가 팬이 한 얘기를 전체 공유하거나 특정 팬에게 귓속말을 할 수도 있다. 단체 채팅방 형식으로 소통하지만, 부가 장치를 통해 팬들의 특성이나 팬 활동 경험에 맞춰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
“현재 팬심을 사용하는 크리에이터는 2만 명, 팬은 15만 명 수준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크리에이터도 많다. 크리에이터 1세대인 ‘양띵’도 있고, 노래하는 그룹인 ‘새송’도 있다. 개그맨 출신의 ‘조재원’이나 모델 겸 배우 출신인 ‘고말숙’ 같은 일반인에게 친숙한 크리에이터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입점을 원하는 크리에이터는 누구나 다 가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도 팬심을 찾는다.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추후 전시회를 열 때 관람객을 유치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에서 팬심을 활용하고 있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팬들과 크리에이터의 활동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다. 먼저 팬들이 선물을 후원하면서 내는 돈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크리에이터의 경우 팬심에 입점하는 것은 무료지만, 채팅방 참여 인원을 늘리거나 개별적으로 메시지를 발송할 경우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구독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고객 만족도를 지수화한 순고객추천지수(NPS)가 10점 만점에 8.4점이다. 초기 서비스치고는 높은 수준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팬심을 써보고 만족했다는 고객 글이 많이 올라온다. 지스타(G-star·국제게임전시회)나 플레이엑스포 등 행사에 참가하면 팬들이 많이 알아보고 찾아온다.”
경영 실적을 말해달라.
“매출은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총 12억원이다. 프라이머로부터 유치한 시드 투자금과 티비티·서울대기술지주 등에서 유치한 시리즈 A 투자금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사업 영역이 커지면서 고용 인원도 대표를 포함해 12명으로 증가했다. 매출의 15%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크리에이터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11개 국어로 번역해서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이 팬을 챙기는 문화가 잘 형성돼 있는 만큼, 향후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어떤 인재상을 원하나.
“개인의 성장을 꾸준히 추구하는 인재를 원한다. 크리에이터 분야는 오래된 산업군이 아니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쉬운 영역이라는 뜻이다. 또 창의력이 높은 분야인 만큼 일 자체를 즐거워해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내 스터디를 많이 진행하고 있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위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연남동에 둥지를 틀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직원을 위해서 고양이도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크리에이터 업계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일리오가 되도록 하고 싶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올해 매출과 투자 유치액을 작년 대비 최소 세 배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팬심이 팬덤 이코노미 분야의 슈퍼 앱(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팬을 잘 케어할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서 콘텐츠 제작 등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
Company Info
회사명 일리오
본사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주요 사업 분야 IT 플랫폼, SW, Saas, 팬덤 플랫폼, FCM
창업자 오태근
설립 2019년 4월
매출액 11억2000억원(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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