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글로벌 경제 톡톡 <33>] AI, 서비스업 보조를 넘어 일자리 대체…집단 실업 우려도

최용민 WTCS 대표 2023. 5. 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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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선언하고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풀면서 재택근무 붐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재택이 감염병에서 근무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인 데다 정보기술(IT) 기기의 발달로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온라인 근무를 선호했으나 협업이 필수적인 업무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아 ‘오피스 근무의 귀환’을 알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이점이 더 많다면서 재택을 선호하는 근로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이런 논란 속에서 디지털 기술은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는 단계를 벗어나 대체하는 단계로 들어서 근무자들의 일감을 빼앗아 근로자가 아예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무더기로 일거리가 사라지는 집단 실업의 또 다른 이름인 ‘새로운 재택(在宅·일이 없어 집에 머문다는 의미) 시대’를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최용민 WTCS 대표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 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최근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는 오는 2030년까지 한국과 일본의 사무자동화 전환 비율, 즉 인공지능(AI) 등을 통한 일자리 대체 비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화이트칼라 10명 중 4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진단이다. 일본의 경우 업무 기준으로는 56%가 자동화되어 절반 이상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임금 계산 같은 총무 업무가 자동화 물결에 휩쓸릴 분야 중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고, 그다음은 법률 지원, 생산직 보조업무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이 결합한 초보적인 사무업무 자동화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보틱 처리자동화)가 급여 계산은 물론 세금계산서 발부 업무를 인간으로부터 이미 빼앗아 갔으며 채용 면접에서도 강점을 발휘하고 있고 연구소의 경제지표 작성도 손쉽게 처리하고 있다. 2023년에 경제가 더욱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인건비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RPA는 더없이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해 인간의 수고를 던다는 단계를 벗어나 해당 업무의 ‘결함 제로화’에 도전해 고객만족도도 높이고 있다.

투자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전문인력을 동원하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최근 20여 년간의 내부 회의 자료를 일반 언어로 기록해 자산 투자나 경영 일반에 대한 의사 결정의 4분의 3을 자동화했다. 회의 기록은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검색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클라우드 기술에 접목해 상황별 투자정보를 내재화한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365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덕분에 코로나19 기간에도 투자분석가의 수고를 거의 거치지 않고 연기금, 중앙은행, 정부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에게 인사이트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직원 간 대화를 데이터로 구축해 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소비자의 특성이 반영된 계약자별 상품을 판매하는 시대도 조만간 개막될 전망이다. AI를 통해 고객맞춤형 보험을 판매할 시기가 다가오고 자동차 사고에 대한 보상도 인간의 자연어 질문에 답하는 IBM 왓슨에 의존해 보험계약에서 사고 처리까지 사람 손을 완전히 떠나는 시대가 일본에서 시도되고 있다. 보험 판매 인력의 확대가 기업의 경쟁력이자 영업력을 상징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화와 AI의 만남…일자리 지형 변화

세계화와 AI가 만나 일자리 지형이 변한다고 스위스 국제개발대학원의 리처드 발드윈 교수는 강조한다. AI형 근로자는 통상 한곳에 앉아 있지만 다른 나라의 여러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의미의 원격이민(telemigration·블루칼라 로봇이 다양한 언어로 국경을 파괴하여 근무)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개념이 혁신적인 이유는 첫째, 국적 파괴다. 소재하고 있는 곳이 근무하는 곳이라는 노동에 대한 상식을 무너뜨려 이민이라는 용어를 동원했다. 둘째,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서 일한다는 점에서 기존 상식을 파괴한다. 하나의 로봇이 여러 업종과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일을 하게 된다. 그는 원격이민 시대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대표적인 예가 챗봇 형태의 서비스 로봇인 아멜리아(Amelia)다. 이 챗봇은 약 50개 이상의 기업(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호텔에서의 서비스 업무다. 단순히 궁금한 점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예를 들어 호텔 내 특정 방에 샴푸가 떨어졌다고 고객이 전화로 말하면 그것을 배달로봇과 연계해 제공해 주고 좀 더 늦게 체크아웃하겠다고 말하면 추가적인 조치가 없어도 직접 해결해 준다. 아멜리아는 30초 안에 300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암기할 수 있고 언어도 20개나 구사할 수 있어 다양한 업종에서 활약하고 있다. 3차원 아바타로서 고객과 상호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고객과 대화를 시작할 때 해당 고객의 이전 기록을 모두 알고 있어 99%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모델을 사용하는 올스테이트 보험회사(Allstate Insurance)가 아멜리아를 채용한 이후 이 회사 콜센터의 평균 통화 시간은 4.6분에서 4.2분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챗봇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있고 실수가 거의 없어 향후 서비스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급속히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획일적으로 서비스한다는 챗봇의 한계도 무너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AI, 데이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활용해 5400만 디지털 고객에게 맞춤형 해답을 제공한다. 같은 질문에 재정 상태에 따라 답안이 다른 셈이다. 수십 년 차 베테랑 은행원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통해 고객 만족을 도모하고 있다. 2023년 들어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IB) 업계도 인력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몸집 줄이기와 함께 투자 및 평가 업무에 대한 디지털화로 사람 손이 덜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경제가 활성화되어도 고용 회복을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요식 업계에서 서빙 로봇 사용은 테스트를 넘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인카페는 이제 보편화되는 상황이다. 매장에서 감염을 막기 위한 언택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데다 인력 절감 효과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에서도 식당에서의 서빙은 물론 호텔에서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업무에 로봇이 투입되면서 인력 채용을 30% 이상 줄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 중국의 서빙 로봇 전문업체인 푸두(PUDU)는 서빙 로봇인 ‘환러쑹(歡樂送)’을 개발하고 한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영국, 호주 등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중국의 관영매체인 CCTV가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 방식’의 자동차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고객이 휴대전화에 있는 온라인 앱을 통해 자동차의 기본 제원과 가격 등을 검색해 원하는 모델을 선택한 후에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자동차 시승을 예약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계속되는 빅테크들의 감원

경기침체로 인한 빅테크들의 감원은 이제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익숙해지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은 각각 1만2000명과 1만8000명을 감원한다는 내용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최근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를 두고 경기침체만이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 업무도 AI 활용이 급증하면서 필요 인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빅테크 분야 감원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경기가 회복돼도 인력 사용을 대폭 줄이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통해 고용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에 어떤 분야에서 인력 고용이 늘어날 수 있느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고용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로봇 자체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공장자동화 등 블루칼라에 대한 인력 대체가 로봇의 주요 업무였다면 향후에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인력 대체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제조 공정보다 서비스 분야의 노동집약도가 높아 서비스 로봇의 일자리 잠식은 제조업의 그것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는 인간과 로봇 관계를 연결하는 기술에 대한 전문가의 수요 증가에 기인할 전망이다. 이제 재택은 집에서 근무하는 것을 넘어 집에서 놀 수밖에는 없는 엄청난 유휴 인력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그에 따라 부의 양극화처럼 일자리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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