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약할 수 있는 중국 경제 재개 효과
국내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 4월 세계경제 수정 전망에서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4회 연속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원인은 반도체 산업 침체와 내수 부진이라고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어져 온 한국 경제의 하방 요인에 대한 진단이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성장률만 조금씩 내리고 있어 한편으로는 의아한 생각도 든다.
물론 한국 경제의 상방 요인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중국 경제의 재개 효과는 IMF는 물론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한국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주목하는 부분이다. 중국 경제의 재개 효과를 온전히 받는다면 한국 경제가 0.4~0.6%포인트 정도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문제는 이런 기대의 현실화 정도인데 지금으로서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점이다.
먼저, 대표적인 중국 경제의 재개 효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인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르는 내수 진작 효과부터 살펴보자. 오는 중국 노동절 휴가(4월 29일~5월 3일) 같은 일시적인 효과를 포함하더라도 코로나19 이전처럼 내수 시장이 중국인 관광객 특수로 뜨거워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체 해외 여행지 제외 조치에서 보듯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과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쉽사리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對)중국 수출과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2021년 1630억달러(약 212조5500억원)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에는 1560억달러(약 203조4200억원)로 축소됐지만 글로벌 경기 여건을 반영하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 규모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무역수지는 겨우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 흑자에 멈췄고, 올해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대중국 수출이 최근 1000억달러(약 130조4000억원)대에서 정체되고 있는 반면,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500억달러(약 65조2000억원)대에서 250억달러(약 32조6000억원)대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소·부·장 산업 전체로는 여전히 흑자가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중간재를 중심으로 양국 간 교역 구조가 수년 사이에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 재개가 얼마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산업 내 기술 수준의 고저를 막론하고 중국에 비해 상대적 경쟁 우위를 보여 왔던 한국이 중국과 경합하는 수준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중국 경제의 재개 효과는 기대에 비해 오히려 미미한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의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를 아예 하지도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최근의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만 하더라도 정치적 또는 외교적인 측면에서 돌파구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소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국내 산업 또는 상품의 경쟁력 또는 매력이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을 만큼 경쟁 우위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비록 단기적인 것일지라도 당장 급하니 감지덕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게 되면 닥칠 미래는 더 큰 것들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겠지만, 중국 경제의 재개 효과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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