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심심(心心)파적 <38>] ‘그 아이들은 정말 괜찮을까?’ 동성 부모 입양의 심리학
프란치스코 교황이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해를 막기 위해 원문을 확인하고, 죄 혹은 범죄라는 단어에 영어를 병기했다. “동성애는 범죄(crime)가 아니다. 그래, 하지만 그것은 죄(sin)다. 좋아, 먼저 죄(sin)와 범죄(crime)를 구별하자.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죄(sin)다.”
교황청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는 2020년 말 기준으로 13억6000만 명이다. 14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는 엄청난 고뇌가 숨겨져 있다. 사실 기독교 시각에서 볼 때 동성애는 ‘신의 질서’를 침해하는 명백한 죄악에 해당한다. 하지만 교황은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법은 부당하다고 비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전통적인 가톨릭 교리와 동성애를 수용해야 한다는 동성애 찬성론자의 강경한 현실적인 요구와 흐름 속에서 사실은 ‘너도 옳고, 너도 옳다’는 황희 정승식의 양시양비론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동성애자들을 환영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들을 소외시키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며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시고, 우리 각자가 우리의 존엄성을 위해 싸우는 힘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를 종식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또 노력해야 한다”라는 그의 또 다른 발언과는 언뜻 상치된다. 이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현실적인 고심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교황의 발언에는 동성애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지 말고 포용하자는 현실적 요구와 동성애를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당위론적 요청이 함께 담겨 있다.
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를 막론하고 성서적 입장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명백하다. 동성애는 남자와 여자를 따로 창조하고 축복한 ‘신의 질서’ ‘신의 창조 섭리’에 위배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성서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의 생각은 좀 색다르다. 행동생물학자이자 생물인류학자인 카럴 판스하이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예를 들어 구약성서에서 동성애와 수간(獸姦)을 금지하는 법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법의 제정에 질병 예방은 분명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
판스하이크 교수에 따르면, 성서에서 동성애, 근친상간 등을 금지한 이면에는 의학적 이유가 있다. 당시 수준으로는 과학적인 원인은 몰랐지만, 분명히 이런 행위가 감염성 질환 혹은 유전적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성서 기록자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근대 이전은 물론이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왜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고, 심지어 ‘차별’하고 ‘혐오’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인류학적인 시각에서 대답해 준다. 교황의 말처럼 동성애자들이라고 해서 그들에 대한 인간적인 차별과 혐오를 용인해서는 안 될 일이다. 동성애 용인 문제와 인간적 차별 문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한 대학 후배 A는 동성애와 관련, 나와 토론하는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심리 상담을 하다 보면 동성애자들을 많이 만나. 그런데 그들은 너무 힘들어해. 왜 자신이 이러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고 하는 이들도 많아.”
정신과 전문의인 후배 B 역시 자신의 고교 친구 중 한 명이 성정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자신이 그의 친구로서나 혹은 의사로서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경감시켜주는 것 이외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아주지 못해 많이 답답하다고 고백한다.
사실 오늘의 주제는 ‘동성 부모(same-sex parents)가 아동을 입양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까’다. 그러니까 동성애를 포함하여 성정체성장애 문제가 직접적인 주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동성애와 성정체성장애에 대해 길게 논하는 이유가 있다. 아직 우리 한국은 동성 간 혼인이 합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성 부모가 아이를 입양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상당수 국가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가 언젠가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것이 틀림없다.
외국의 경우 동성 결혼 및 동성 부모의 아동 입양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이렇게 주장한다. “동성 부모가 양육한 자녀나 양성 부모가 양육한 자녀의 성과에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의 결론은 언제나 이렇게 귀결된다. “그러므로 우리를 틀렸다고 몰아세우지 말라.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통상적인 이성 부모의 자녀에 비해서 동성 부모의 자녀가 정서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이 4.2배 더 높다. 청소년기의 자살 충동은 이성 부모(13.6%)의 경우에 비해 동성 부모(43.5%)의 경우가 세 배 이상 높았다. 청소년기 부모로부터의 거리감도 이성 부모(35.8%)에 비해 동성 부모(93.2%)의 자녀가 느끼는 거리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청소년기 비만도 이성 부모(13.8%)의 경우에 비해 동성 부모(30.85)의 경우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왔다.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받을 권리
정량적 데이터보다 실제로 이렇게 동성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동들의 수기를 살펴보면 그들이 과연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 더욱 실감이 난다. 동성 부모에게서 자란 두 명의 육성을 한 번 들어보자.
“내 인생의 고통은 내 ‘두 엄마’의 관계를 나라가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아버지를 간절히 바라는 혼란 상태에서 나왔다. 엄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사람이지만 나는 부재중인 아버지 또한 사랑한다. 나는 아버지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갈망하는 마음 때문에 아프다. 나는 결코 갖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 아버지를 갈구한다.”
“내 인생에는 여성이 없었다. 다섯 살 아이의 머리로는 내게 왜 엄마가 없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갑자기 엄마를 절실하게 원하게 됐다. 나는 상실감을 느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구멍을 고모들, 아빠들의 레즈비언 친구들, 선생님들로 메꾸려 애썼다. 나는 두 동성애자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다.”
‘아이들은 정말 괜찮을까?’의 저자인 케이프 파우스트에 따르면 많은 학자가 자녀가 성숙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정서적 필수 3대 영양소로 어머니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안정감을 꼽는다고 한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동성애자들이 비록 ‘범죄(crime)’를 짓지 않았지만, 비록 도덕적인 ‘죄(sin)’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사랑과 자비로 품어야지, 차별과 혐오로 내칠 수는 없다. 그들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논리로 동성애와 동성 부모의 아이 입양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이는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아빠의 사랑’과 ‘엄마의 사랑’을 골고루 듬뿍 받을 권리가 있다. 입양 아동의 입장에서 볼 때 아빠도 남자, 엄마도 남자 혹은 아빠도 여자, 엄마도 여자인 가정에 선택권도 없이 입양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고, 심각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자신도 해결하지 못한 정체성 혼란 문제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에게 대물림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아동의 인권이 최우선이다.
앞으로 벌어질 우리의 논쟁은 부박하고 피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진중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탄없는 논쟁이 합리적 정책으로 이어지는 상생의 논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죄(sin)’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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