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는 홀란의 질주… EPL 한 시즌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신기록 금자탑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괴물’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 다다르려는 끝은 과연 어디인가? 섣부른 예측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양 질주를 거듭하는 그 기세는 놀라움을 자아낼 뿐이다. 세계 축구의 으뜸 마당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조차도 홀란을 품기엔 비좁아 보인다.
홀란이 내뿜는 불길은 용솟음치는 활화산을 연상케 한다. 큰 키(1m 95)에 어울리게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걸음을 바탕으로 EPL에 엄청난 족적을 아로새기고 있다. 득점에 관한 각종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겠다는 양 쏟아 내는 기록은 눈부시다 못해 무서운 느낌마저 일으킨다.
지난 4월 30일(이하 현지 일자), 홀란은 EPL 득점사에 또 하나의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42경기 체제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홀란은 이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유유(悠悠)한 135년 역사의 잉글랜드 1부 프로축구를 관통하는 뜻깊은 최고 득점 기록 세계를 창출했다. 과연 무엇일까?
잉글랜드 프로축구 135년사를 새롭게 수놓은 대기록 수립
원정을 떠나 풀럼과 치른 맨체스터 시티의 2022-2023시즌 32차전(4월 30일·크레이븐 코티지)에서, 홀란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킥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번 시즌 30경기에서 터뜨린 서른네 번째 골로, 경기당 평균이 한 골을 뛰어넘는(1.13) 무시무시한 득점력이 다시금 엿보였다. 그뿐이랴. 여러모로, EPL 득점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대단한 한 골’이었다.
먼저, EPL 22개 팀 42경기 체제 최다 득점 기록 명부에 ‘홀란’을 새겨 넣었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34골로, 1992년 EPL로 새로 옷을 갈아입고 출범한 뒤 초창기에 두 번 나왔다. 앤디 콜(뉴캐슬 유나이티드·이하 당시)과 앨런 시어러(블랙번 로버스)가 각각 한 번씩 세웠다. 콜은 1993-1994시즌에, 시어러는 그다음 시즌에 각기 최다골 고지를 밟았다.
20개 팀 32경기 체제로 전환한 1994-1995시즌 이후엔, 아무도 이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현행 체제 아래 최다골 기록은 32골이었다. 2017-2018시즌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세웠다.
홀란은 이 기록을 넘어서며 새 지평 개척을 시간문제로 남긴 바 있었다. 레스터 시티전(4월 15일·에티하드 스타디움·3-1 승리)에서 두 골을 잡아내며 살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 데 이어, 아스널전(4월 26일·에티하드 스타디움·4-1 승리)에서 한 골을 넣으며 살라를 능가한 바 있다.
34골에 담긴 또 하나의 깊은 의미는 EPL 한 시즌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기록 경신이다. 현 EPL 체제 서른한 번의 시즌에서, 난다 긴다 하는 뭇 외국인 스타 그 누구도 밟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며 20년 가까이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으며 두 차례(2003~2009년, 2021~2022년) EPL 마당에서 뛰놀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조차도 들여놓지 못한 신지평이다(표 참조).
종전에, 외국인 선수로서 EPL 한 시즌 최다골을 뽑아낸 골잡이는 살라였다. 2017-2018 득점왕에 오르며 기록한 32골도 무척 높게만 보였다. 그러나 홀란에겐 낮았다. 이미 나흘 전, 이번 시즌 우승의 향방을 가리는 귀중한 아스널전에서 서른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살라의 벽’을 무너뜨렸다.
외연을 EPL 발족 전 잉글리시 풋볼리그(EFL) 1부로 넓혀도 홀란이 일으킨 ‘골 태풍’을 잠재울 수 없다. 1888년 출범의 닻을 올린 EFL 1부 104년 역사에서, 이 부문 최고 기록은 33골이었다. 칠레 출신인 호르헤 로블레도(뉴캐슬 유나이티드)가 1951-1952시즌에 세운 기록으로, 새 옷(EPL)으로 갈아입고 서른한 번째 시즌을 치르는 지금까지 135년간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높디높은 ‘장벽’이었다.
아스널전에서, 홀란은 71시즌 만에 로블레도의 벽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풀럼전에서 로블레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금자탑을 새로 쌓아 올렸다.
EPL 2022-2023시즌은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오는 28일 9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그러나 홀란이 빚어내는 작품은 좀처럼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홀란이 과연 어떻게 마지막 한 점을 찍고 구상했던 작품을 마무리할지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시즌 종반부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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