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야망? 독기? 이번엔 여유 느낄 수 있을 것"(종합)

이태수 2023. 5. 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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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년 첫 정규음반 '언포기븐'
"남 하는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도 없죠"
걸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르세라핌 하면 야망과 독기를 떠올리는 분이 많은데,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가 있고 무대 자체를 즐기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사쿠라)

'4세대 걸그룹' 열풍을 이끄는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인 르세라핌이 1일 첫 번째 정규음반 '언포기븐'(UNFORGIVEN)을 내고 의미심장한 도전을 이어갔다.

르세라핌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신보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언포기븐'은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를 담은 음반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타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이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도 않겠다는 의지를 녹여냈다.

홍은채는 "첫 정규음반이라고 하니 첫 데뷔, 첫 컴백 때 느낀 감정들이 몰려온다"며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다.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음반에는 동명의 타이틀곡 '언포기븐'을 비롯해 저 너머의 세계로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번 더 브리지'(Burn the Bridge), 금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르세라핌의 첫 번째 팬 송 '피어나' 등 열 세곡이 빼곡하게 담겼다.

아홉 번째 트랙 '노-리턴'(No-Return)은 웹툰 '크림슨 하트'의 테마곡으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김채원의 당당한 뒷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가사를 썼다.

사쿠라는 "곡 수가 많아서 녹음 기간도 훨씬 길었다"며 "이번 앨범 준비 기간이 일본 활동 기간과 겹쳐서 신곡을 모두 일본에서 녹음했다. 다양한 장르의 곡이 많다 보니 곡 분위기에 맞게 녹음하려 노력했다"고 뒷얘기도 전했다.

타이틀곡 '언포기븐'은 미국 서부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메인 테마 OST를 샘플링한 노래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나일 로저스가 기타 연주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OST를 샘플링하자는 의견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서 비롯됐다. 르세라핌 측이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들 지오바니 모리코네에게 샘플링을 요청해 흔쾌히 허락을 얻어냈다.

이 때문에 '언포기븐' 뮤직비디오나 무대 의상에서는 서부 영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배어난다. 태국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 속에서 백마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나 이국적인 레스토랑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배가했다.

허윤진은 "녹음할 때 재치 있으면서도 누구를 놀리는 느낌으로 해 달라는 디렉팅을 받고 너무 심각하지 않고 위트 있고 재미있게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뉴욕에서 텍사스로 간 느낌이었다"며 "서부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한국어 가사가 어떻게 붙을지 기대도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걸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즈하는 "말과 촬영하기 위해 승마 교육도 받았다"며 "촬영장에 사람이 많으면 (말이) 낯설어 할 것 같아서 메이크업 수정도 밖에 나가서 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르세라핌은 1년 전인 지난해 5월 가요계에 데뷔해 '피어리스'(FEARLESS)와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다. 일본에서도 현지 연말 대표 특집 프로그램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등 인기를 과시했다.

이번 정규 1집 선주문량은 138만장을 비롯해 밀리언셀러 등극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사쿠라는 "지난 앨범보다 선주문량이 2배가 넘어서 믿을 수 없었다"며 "우리가 열심히 하는 것을 팬들이 알아주신 것 같아 너무 기쁘고 뿌듯했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준 멤버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카즈하는 "데뷔할 때는 눈앞에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이제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크다"고 지난 1년간 겪은 변화를 풀어냈다.

특히 팀의 맏언니 사쿠라는 HKT48과 아이즈원에 이어 르세라핌으로 세 번째 아이돌 데뷔를 이뤄냈다. 그는 1년 전 르세라핌 데뷔 당시 "사람이 부담을 계속 가져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지하게 말한 바 있다.

사쿠라는 "1년 전 '피어리스'로 데뷔했을 때는 엄청나게 떨고 부담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무대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조금 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 유튜브 예능 '겁도 없꾸라'로 예능감과 한국어 실력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앨범명 '언포기븐'처럼 용서를 구할 필요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허윤진은 "실패가 있어야 성공을 알아볼 수 있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허윤진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도전해보는 편"이라며 "사람들이 '원래 그런 거야'라고 해도 왜 그런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틀을 깨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발전하고자 무엇인가를 할 때는 남의 시선이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더 김채원은 '언포기븐'이 스페인 가수 로살리아의 노래·창법과 유사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르세라핌의 곡과 콘셉트는 우리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 우리의 고유 창작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일축했다.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남의 말이나 평가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늘 하던 대로, 남이 원하는 대로만 했다면 이렇게 좋은 결과도 없었을 겁니다." (김채원)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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