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 공항 어디로?…특별법 제정에도 지자체 이견에 ‘삐그덕’

김용희 2023. 5. 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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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에 제주행 항공편을 제외한 탑승수속대가 모두 비어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지난 28일 오전에 찾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제주행 비행기 탑승 수속을 앞두고 있었지만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날 무안공항의 항공편은 제주와 김포를 오가는 저가항공사 50인승 항공기 4편이 전부였다.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2019년 이용객이 89만5000명에 달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1만2938명, 2021년 2만21명, 지난해 4만4004명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나 1~3월 이용객은 7만1503명, 국제선 정기노선은 1편도 없는 실정이다. 정연문 무안공항 운영부 차장은 “코로나19로 각 항공사가 운행 편수를 줄이며 수요가 많은 인천공항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2025년 고속철이 개통되면 광주공항과 통합해 국내·국제선을 연계해야 공항 이용이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광주 군 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법 제정을 추진할 당시의 예상과 달리 눈에 띌 만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협업이 필요한 광주시와 전라남도, 기초자치단체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이번 특별법은 광주의 군 공항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이 기존 공항 부지를 팔아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보다 클 때, 그 차액만큼 국가가 지원할 수 있게 한 게 핵심이다. 광주시가 추정한 이전 비용은 5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군 공항이 옮겨 갈 이전 후보 지역이 정해지지 않으며 이전 사업은 시작부터 교착상태다.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무안군은 군 공항이 옮겨 올 경우 감수해야 하는 전투기 소음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무안 주민들은 지난 4월19일부터 전남도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 절차.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안 검토보고서 갈무리

반면 무안군 북쪽에 있는 함평군은 군 공항 유치를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무안군에 군 공항이 들어오면 어차피 함평군도 소음 피해에 시달릴 테니, 차라리 군 공항을 유치해 행정·재정 지원을 받자는 계산이다. 함평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광주시에 주민설명회를 세 차례 요청해 열었고, 국방부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조만간 할 예정이다.

함평군이 유치 의향을 밝히자 가까운 영광군도 들썩이고 있다. 군 공항 유치에 찬성하는 영광군연합청년회 주관으로 지난 2월7일 주민설명회가 열리자, 유치에 반대하는 지역의 이장단을 중심으로 집회 등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군 공항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려는 광주시와 각 지역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전라남도는 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4월22일 광주전남기자협회 체육대회에서 군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전라남도의 협조를 강조하며 “전남은 갑, 광주는 을”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광주와 전남은 갑과 을이 아닌 동반자 관계”라며 “광주시가 ‘통 큰 보따리’를 내놓아야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고미경 전라남도 대변인은 “김 지사의 발언은 광주시가 소음 대책이나 지원책을 먼저 제시해야 전라남도에서 유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는 뜻”이라며 “여기엔 2018년 광주시와 전라남도, 무안군이 협약한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이전을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영동 광주시 대변인은 “군 공항 이전을 먼저 추진하고 광주공항 이전은 추후에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광주 군 공항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조종교육장으로 쓰이다가 해방 뒤 1949년 2월부터 교통부 민간공항으로 활용했다. 1965년 공군비행단 기지가 들어서며 지금 규모(군 공항 8.2㎢, 민간공항 0.12㎢)를 갖췄다. 국토교통부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에서 무안공항을 서남권 중추 공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광주공항과 통합을 추진하고, 통합 시기는 군 공항 이전의 진척 상황과 지역 의견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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