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외교 역량 발휘 정부·해외기업 가교 될것"
창립행사에 대사관 90여곳 참여
정부·수입協 의견교환 장 마련하면
민간외교 창구 역할 커질수 있어
보호무역 확산에 수입다변화 필수
53년 역사 협회 네트워크 활용땐
무역분야서 의미있는 성과 거둘것
“매년 열리는 수입협회의 창립 기념행사에는 한국 주재 상주대사관 115곳 중 90곳 이상이 참석합니다. 국내 기관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해외 기업들이 그만큼 수입협회를 주요한 대(對)정부 창구로 여긴다는 의미 아닐까요. 우리 정부와 수입협회가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협회의 민간 외교 창구로서의 역량이 더욱 발휘될 수 있을 겁니다.”
서울 방배동 한국수입협회(KOIMA)에서 만난 김병관 회장은 “협회가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해외 기업과 우리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기아차 영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김 회장은 약 28년 전 영국산 캐시미어를 수입하는 헤리티지캐시미어코리아를 창업하며 협회와 연을 맺었다. 성공적인 무역 경험과 탁월한 친화력 등으로 협회 임원 등을 맡았고 지난해 3월 8000여 회원사를 둔 국내 유일의 수입 전문 경제 단체인 한국수입협회의 제22대 수장으로 선출되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협회장으로서 지난 1년은 힘들었지만 보람찼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공급망 위기 등이 계속되던 시기였지만 회원사 간담회와 수입 사절단 파견, 국가별 우수 상품 설명회 등 협회의 역점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했다. 협회 최초의 최고경영자(CEO) 교육 과정인 ‘KOIMA CEO 통상스쿨’을 무사히 안착시킨 것은 특히 기억에 남는 성과다. 10주 과정의 교육이 지난해 첫발을 뗐고 올해 2기도 호평 속에 진행되고 있다. 김 회장은 “무역 실무 함양에 역점을 뒀지만 기업 간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비회원사 CEO에게는 무역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활동도 여럿 선보였다. 특히 3월에는 주한 외국 대사와 가족들, 주한 외교 사절과 정부 주요 인사 등 350명을 두루 초청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행사를 열어 주목받았다. 김 회장은 “깜짝 이벤트로 7개국 8명 자녀로 구성된 댄스팀을 구성해 BTS의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선보였는데 참석자들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며 “한국의 환대와 K컬처에 대한 주재원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엑스포 유치 지원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협회의 강점을 발휘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위한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펼쳐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최근 국제 질서가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를 각 축으로 블록화하는 상황에서 수입협회가 해온 민간 외교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의 ‘원자재 수출 무기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처럼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며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세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과거 수출 일변도 정책보다 효율적 수입을 통한 균형 무역으로 목표를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입선 다변화가 필수적인데 주한 대사관 네트워크를 확보한 53년 역사의 협회가 주축이 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수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차츰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 회장은 “협회는 매년 세계 각국에 수입사절단을 파견하고 있는데 방문국을 정하는 가장 큰 의사 결정 요인은 바로 상대국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국인지 여부”라며 “더 많은 수출을 하려면 우리도 수입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입사절단의 노력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쌓이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김 회장은 “수입이 사치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수입 기업들은 사실상 아무런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라며 “국내 산업 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해온 수입 산업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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