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빚탕감 잔치' 안되게 일해서 원금갚게 고용지원 필요
필요서류 대폭 줄여 간소화
저신용자와 저소득자 등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정책대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취약계층의 빚 자체가 늘어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정책대출 성격이 점차 복지화되고 있는 만큼 '빚을 빚으로 막기'보다는 부채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부채 관리가 필요한 서민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1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차주 중 4만1787명이 서금원에서 제공하는 신용·부채관리 컨설팅을 받았다. 전년에 비해 2.5배 늘었다. 컨설팅 이용자는 고금리 대출 대환과 금융 이용 습관 개선을 통해 신용점수를 올리게 된다. 서금원 관계자는 "컨설팅 이용자 중에는 정보 부족이나 잘못된 금융 이용 습관으로 인해 고금리 대출을 반복적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금융상품 이용자도 늘고 신용도를 개선하려는 수요도 증가하면서 컨설팅 이용자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여파로 취약차주의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약차주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9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1000억원 늘었다. 취약차주는 신용점수가 700점 이하(하위 10% 수준)인 저신용자 혹은 소득수준이 하위 30% 이하인 저소득자를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6만명에 달했다.
취약차주는 정책금융상품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연체 가능성이 높다. 박정만 경기도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장은 "취약차주의 빚 문제만 해결하다 보면 결국 또다시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취약차주는 주거, 일자리, 의료 등 복지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지재원이 불충분하면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복지 구멍을 대출로 메우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금융복지 상담센터'를 운영해 악성부채 해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자율 상승과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본인의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이나 개인회생을 연계해준다. 필요한 경우 변호사 선임을 지원하고, 건강 회복과 안정적 수입 마련을 통해 추후 부채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일자리 연계와 의료 지원도 해준다.
개인회생·파산 신청자가 늘어나는 만큼 절차를 간소화해 채무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회생법원은 내년부터 법원 행정처 전산망에 공공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연계해 회생 신청 때 필요한 개인정보 관련 서류 종류를 대폭 줄이고 서류 보정절차를 신속하게 종료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춘천지방법원은 신용회복위원회와 손잡고 1일부터 '취약채무자 신속면책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회생법원이 설치되지 않은 지방법원 중에선 춘천지법이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다. 개인파산 신청자 중 기초생활수급자, 70세 이상 고령자,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파산관재인 선임 없이 파산선고와 동시에 면책하는 제도다.
박현근 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회생 신청 때 제출해야 할 서류가 수십 종인 데다가 회생절차 개시부터 인가까지 길게는 1년까지 걸려 절차 도중에 포기하는 채무자들이 많다"며 "올해 다중채무자들을 중심으로 개인회생 신청자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채무회생법 취지에 맞게 신속한 채무조정이 이뤄지도록 실무 운영이 합리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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