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올 1분기 영업이익률 4% 그쳐 … 12년來 최저
삼성전자·하이닉스 부진 영향
반도체 제외해도 6% 불과
미국 상장사 15%와 격차 커
자동차 부문만 역대급 실적
현대차·기아, 테슬라·GM 앞서
올해 1분기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이 4%대로 급락했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내외 경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상장사의 돈 버는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대표 상장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사실상 최악을 기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그나마 선방한 현대차·기아를 제외하면 상장사 대부분의 영업이익률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 경기 반등 시점도 계속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108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영업이익률은 4.09%로 집계됐다. 이들 상장사의 매출액 합계는 350조원, 영업이익은 14조3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3.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2%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긴 작년 1분기보다 불과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1분기 영업이익률 4.09%는 모든 분기를 통틀어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상장사 영업이익률이 최악을 기록한 것은 삼성전자가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치고, SK하이닉스가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이 주원인이다. 하지만 두 회사를 제외한 영업이익률도 6.07%에 그쳤다. 1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작년과 재작년 1분기에는 모두 7%대를 기록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 여파로 올해 1분기 주요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 기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를 필두로 한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이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S&P500 구성 종목 중 지난달 27일까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148개사(금융회사 제외)의 매출액 합계는 1조2288억달러, 영업이익은 1912억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실적을 공개한 한국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률이 4%에 그치고 있는 반면 미국 주요 기업 영업이익률은 15.6%에 달한다. 작년 1분기에는 매출액 총합이 1조1789억달러, 영업이익이 2031억달러로 영업이익률이 17.2%였다.
미국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졌지만 한국 기업과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돈 버는 실력에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인 기업을 비교해보면 한국 상장사들의 경쟁력 약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주요 148개 기업 중 영업이익률 30%를 넘긴 곳은 22개로 조사됐다.
영업이익률 상위 기업을 보면 맥도널드(MCD·45%),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44%), 마이크로소프트(MSFT·42%), 반도체 장비 기업 KLA(KLAC·39%),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어도비(ADBE·34%), 게임 개발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34%)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올해 1분기 주요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 30%를 돌파한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기업이 상장된 코스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7%)와 OCI(28%)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겼다. 중소형 코스닥에서는 비즈니스온(33%) 아프리카TV(25%) 등 8개사가 영업이익률을 20% 이상 올렸다.
미국 주요 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높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매출액이 높은 기업을 보면 MSFT(223억달러) 구글(193억달러) 메타(META·83억달러) 유나이티드헬스그룹(80억달러)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VZ·75억달러) 순으로 많았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권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순이다. 미국 빅테크 중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 외에는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20%를 상회한다. 반면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13.9%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반도체 불황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배제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영업이익률이 각각 7.2%, 5.5% 수준이다. 한편 한국 기업 중에는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의 테슬라·GM 영업이익률을 제쳤다.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2.1%로 테슬라 영업이익률 11.4%와 GM 6.4%보다 높은 수치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9.5%를 기록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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