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통조림·만두 담았더니…작년 8만2295원, 올해 10만3030원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3. 5. 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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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25% 쑥 … 11개 주요식품 장바구니 물가 비교
대파·돼지고기 최대 2배 들썩
시리얼 인상률은 30% 육박
정부 자제요청 약발도 잠깐
잇따라 가격 두자릿수 조정
수입맥주 판매가 줄줄이 올라
용량 슬쩍 줄인 '꼼수 인상'도

지난달 29일 경기도 수원시 이마트 광교점. 식품 매장에서 판매원들이 할인 상품을 홍보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날 두 딸과 함께 나온 주부 A씨는 비빔면 등 생필품을 사러왔는데 가격이 비싸 할인 제품 위주로 카트에 담고 있다고 했다. 채소 매대 앞에서 만난 직장인 B씨는 "지난겨울에 파프리카 1봉(3개들이)을 4000원대 초반에 사면서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5000원 가까이(4980원) 올랐다. 이젠 장보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식품업계에 사실상 가격 동결을 요구한 이후 주춤하는 듯했던 식품 가격이 최근 들어 다시 급등하는 분위기다. 정식품은 1일부터 베지밀A 등 일부 제품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평균 9% 인상했다. 롯데아사히주류도 이달부터 수입맥주 코젤과 아사히의 편의점 캔맥주(500㎖ 기준) 판매 가격을 3900원에서 4500원으로 15.3% 인상하기로 했다. 편의점 CU는 이날부터 매장에서 판매하는 즉석 조리 치킨 가격을 최대 12.5% 인상했다. 세븐일레븐도 이날부터 즉석 조리 치킨 4종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 가격은 기존 1만900원에서 1만2900원으로 18.4% 올랐다.

정부 등살에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을 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OB맥주는 이달 초부터 대형마트에서만 판매하는 8캔 묶음 상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캔당 용량을 기존 375㎖에서 370㎖로 5㎖ 줄여 '꼼수 가격 인상' 논란을 일으켰다.

식품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1년 전인 지난해 5월 이커머스 플랫폼 A사에서 식품을 구매하면서 받았던 장보기 영수증에 적힌 품목을 1일 같은 지역에서 A사를 통해 산다고 가정하고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동일 브랜드의 동일 상품을 기준으로 총 11개 항목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년 전 총 8만2295원에서 1일 현재 총 10만3030원으로 무려 2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 할인이나 할인쿠폰 같은 개인별 혜택을 배제한 일반 판매가를 토대로 비교한 결과다.

가장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품목은 대파(1㎏)로 이 기간 1230원에서 2490원으로 2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같은 기간 한돈 앞다리살(500g)은 6300원에서 53.8% 오른 9690원, 머스터드소스(850g)는 6120원에서 46.4% 오른 8960원, 다진 마늘(500g)은 7190원에서 33.4% 오른 9590원이 됐다. 현재 냉동 만두(1.8㎏)의 판매가는 1만2350원으로 1년 전보다 28% 올랐고, 저지방 우유(900㎖) 2팩 묶음은 5980원으로 27.8%, 그래뉼러 시리얼(500g)은 6700원으로 26.9% 더 비싸졌다. 같은 기간 냉동 떡갈비(1㎏)는 16.3% 올랐고, 냉동 삼계탕(900g) 2팩과 국내산 당근(1㎏)은 각각 13.4% 올랐다. 참치캔(85g) 8캔 묶음의 판매 가격 역시 1년 전 1만900원에서 현재 1만1900원으로 1000원(9.2%)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는 같은 먹거리 물가인 외식 물가보다 상승세가 꺾이는 속도가 더딘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지난해 9월 전년 동월 대비 9% 상승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7.7%, 3월 7.4%로 상승률이 둔화된 반면,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0.3% 상승으로 높은 수준을 보인 후 2월 10.4%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달에야 비로소 9.1%로 둔화됐지만 이는 공업제품 물가 구성 품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인 품목은 드레싱(34.5%)이었다. 잼(31.7%)과 치즈(30.8%), 맛살(24.2%), 물엿(24.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드레싱과 잼의 경우 각각 1981년 1월과 2011년 1월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어묵은 19.5%, 참기름은 18.9% 가격이 올라 2009년 3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우유는 9% 올라 8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송경은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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