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출범 1년 尹정부, 트뤼도식 파격 인사 용기 내야
'나만 옳다' 오만·독선 버려야
국민 감동 주는 물갈이할때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됐다. 속도는 더디지만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나라를 망조로 몰아간 탈원전 폭주 자해극에 급브레이크를 걸고, 원전 생태계 복원에 들어갔다. '건폭과의 전쟁'에 국민들이 속 시원해 한다. 노조·시민단체로 줄줄 샌 혈세 회계 강화는 신의 한 수다. 법인세 인하로 기업 발목에 채워진 모래주머니도 다소 가벼워졌다.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개선안도 모색 중이다. 파국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도 정상화 수순이다. '정권 망해라'라는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도 이 정도 성과면 나쁘지 않다.
반면 입법 폭주로 정권을 잃고도 민주당은 변한 게 없다. 반성하고 쇄신한다더니 말뿐이다. 더 폭력적인 입법 횡포를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에 이어 방송장악법, 불법파업조장법 등 악법 밀어붙이기가 막무가내다. 당대표 방탄과 돈봉투 위기 탈출을 위해 나라가 두 쪽이 나든 말든 정권부터 흔들고 보겠다는 입법권 남용이다. '정쟁은 국경에서 멈춘다'는 상식도 소용없다. 정상외교가 잘되는 꼴을 못 본다. '화동 입맞춤이 성적학대'라는 생떼에서 보듯 무조건 깎아내리기 바쁘다. 심지어 "머리가 깨질 것" "불장난하면 타 죽을 것"이라는 막말로 우리를 모욕하는데도 '왜 강대국을 화나게 했느냐'며 중·러의 대변인을 자처하니 어이가 없다. 정권이 망가져야 사법리스크를 덮고 다시 권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집단광기에 빠져 있는 듯하다.
옳은 정책, 야당의 몰염치를 보면 정부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듯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부정이 긍정의 두 배다. 대통령 입장에선 야속할 것 같다. 하지만 섭섭해 할 것 하나도 없다. 국민은 항상 옳기 때문이다. 우선 새 정부 출범 1년이 다 된 만큼 전 정권과 민주당의 안티테제로서 쉽게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그래도 쟤들보다는 낫잖아'라는 단순 상대비교와 남 탓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전 정권의 진영논리에 기반한 오만과 독선, 불공정, 불의에 신물이 난 장삼이사들이 정권을 바꿨는데, 새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니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스트롱맨이다. 굽히는 걸 생태적으로 싫어하고, 뚝심과 결기가 남다르다. 하지만 국민의 눈엔 독선적이고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 대통령이 만기친람을 하는 것도 전 정권 때와 똑같다. 대통령만 보이니 한동훈, 원희룡 외에 다른 장관들은 존재감조차 없다. 대통령이 참모회의 때 발언을 독차지한다는 말도 들린다. 대통령 발언에 해석이 분분한 것도 정상이 아니다. 참모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물어보는 것조차 어려워한다는 방증 아니겠나. 이처럼 불통이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된 건 아이러니하다. 그 무수한 반대를 무릅쓰고 청와대에서 나온 건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뜻 아니었나. 도어스테핑 재개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말실수를 할까봐 말리는 참모가 있다면 읍참마속해야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나만 옳다'는 독선과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대적인 물갈이도 절실하다. 출범 초기 땐 믿을 수 있는 사람 위주로 검사동일체와 같은 원팀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대·60대·남성(서육남), 검찰 출신 인사로 귀결됐다. 참신함은커녕 고리타분해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았다. 이번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캐나다 총리 '트뤼도'식 파격 인사에 용기를 냈으면 한다. 남녀 동수에다 억지로 지역별 안배를 하라는 게 아니다. 국민이 '와!' 할 정도로 감동과 스토리가 있었으면 한다. 이번에도 능력주의로 포장한 측근 챙기기에 그친다면 민초들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대통령이 절박함을 가졌으면 한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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