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통령 비결은 아이 수준 맞춘 소소한 얘기"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전세계 200여국에 수출
'애니메이션 한류' 첨병으로
지금도 유튜브 月 10억뷰씩
11시 퇴근, 주말도 일하며
유아 시선 맞춘 스토리 구상
"세상에 선한 영향 콘텐츠를"
채수삼 금강기획 대표는 IMF 사태로 애니메이션 사업 부서가 사라지자 직접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리겠다는 한 직원에게 선뜻 자신의 돈 2억원을 투자했다. 직원이 10여 년간 광고 기획과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며 보여준 능력과 됨됨이를 믿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이 새로운 회사에서 2003년 출시한 애니메이션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애니메이션 한류'의 첨병이 됐다. '뽀롱뽀롱 뽀로로'를 탄생시킨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58·사진)의 이야기다.
올해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탄생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200여 개국에 수출됐고 현재 유튜브 조회 수는 월 10억뷰에 달한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드래곤볼·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인기 콘텐츠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최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미국·일본 애니메이션의 사랑방 같은 처지였는데 이제는 우리도 오랜 기간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갖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뽀로로의 성공 비결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꼽았다. 뽀로로는 악당을 물리치거나 교훈적인 내용이 아닌 일상에서 친구들 간에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들이 뽀로로를 볼 때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아이들이 울다가도 뽀로로를 틀어주면 집중하는 이유는 스토리에 공감하기 때문"이라며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콘텐츠를 계속 개발한 것이 20년간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이야기들을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 최 대표는 지금도 '꼬마버스 타요' '띠띠뽀 띠띠뽀' 등 아이코닉스의 모든 작품들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일 밤 10~11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하루는 출근한다.
두 번째 비결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성장하는 태도다. 최 대표가 창업 전 기획한 '녹색전차 해모수'는 적자를 냈고, 아이코닉스의 첫 번째 작품 '수호요정 미셸'은 일본의 포켓몬스터 열풍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잇따른 실패에도 최 대표는 미국·일본이 상대적으로 덜 집중하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바꿔 뽀로로를 성공시켰다. 최 대표는 "몇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실패의 고통을 성장통으로 여기고 발전해야지 처음부터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할 정도로 낙관적인 태도"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아이코닉스가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해왔다고 밝혔다. 첫째는 협력사들과의 상생이다. 당장 회사에 큰 이득이 되더라도 과거부터 협력해 온 파트너사들에 피해가 가는 길은 택하지 않는다. 최 대표는 "아이코닉스는 협력사들과의 신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라이선스 계약 등에서 훨씬 좋은 조건의 제안이 들어와도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 원칙은 건전한 콘텐츠의 개발이다. 애니메이션은 유아에게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한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아이코닉스는 상업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지만 콘텐츠를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20년도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 사진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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