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M&A 진두지휘···외형성장·내실 두토끼 잡았다

박호현 기자 2023. 5.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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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완성해 가는 대기업-<1> 한화
부회장 승진 후 8조 방산 수출
태양광 등 신재생도 속속 성과
代 이어 대우조선 인수 마무리
재무개선·생산지연 등은 과제
누리호 성공 여부도 관심 쏠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솔루션
[서울경제]

산업에 100년 왕좌는 없다. 주력 업종은 경제구조와 함께 늘 바뀐다. 기업도 거기에 맞춰 체질을 바꾼다. 기업들은 과감하게 주력 사업을 재편, 기회도 엿본다. 주력 사업의 재편은 또 승계와도, 계열 분리와도 맞닿아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성공의 열매를, 실패의 쓴잔을 맛보기도 한다. 성공 방정식을 써가는 기업들의 모습을 진단해본다.

주요 그룹 중 사업 재편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한화(000880)다. 그룹 내 계열사 3곳에 분산됐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 데 이어 태양광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솔루션 내 비(非)태양광 사업 부문을 분할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마지막 관문도 통과했다. HSD엔진 인수 작업까지 마무리되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대를 이어 추진하는 그룹 사업 재편의 퍼즐도 완성된다. 특히 한화의 미래으로 꼽은 방산과 신재생에너지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그룹 내 김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하게 구축돼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 사업 집중 김동관···규모·실적, 두 마리 토끼 잡아=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자산 총액 83조 230억 원으로 재계 순위 7위다. 6위 롯데(129조 6750억 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8위인 GS(81조 8360억 원)와의 격차는 더 키웠다. 한화의 외형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면서 인수 절차는 곧 마무리된다. 한화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으로 탄생한다는 얘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2008년 실패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장남인 김 부회장이 완수한 것”이라면서 “그룹 내에서는 단순하게 대우조선 인수, 그것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뿐 아니다. 김 부회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치고 누리호 체계 종합 기업으로 선정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2860억 원 규모의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2027년까지 누리호 3기를 제작하고 4회 추가적으로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KAI가 누리호 체계 종합을 전담했는데 ‘순수 민간기업’으로서 한화가 한국판 스페이스X가 되는 첫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대우조선해양 이전에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인수합병(M&A)을 김 부회장이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실제 김 부회장은 2012년 파산 기업이던 독일의 큐셀(한화큐셀) 인수를 주도했다. 한화솔루션은 2021년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 업체인 RES프랑스의 지분 100%를 약 9843억 원에 인수하고 미국에서 폴리실리콘 공장 2곳을 운영 중인 노르웨이 상장사 REC실리콘의 지분 21.34%도 확보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주도해 인수한 큐셀은 알짜 사업부로 재탄생돼 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2024년까지 3조 2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 단지를 짓고 있다.

실적도 좋다. 김 부회장이 주력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2285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도 같은 기간 85% 늘어난 2714억 원이었다.

◇방산·우주 내실화부터 대우조선까지 숙제도 남아=한화는 지난해 폴란드와 K9 자주포, 한국산 다연장로켓(MLRS) 천무 등 8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호주 육군이 추진하는 차세대 보병 전투 장갑차 선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레드백을 들고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추정 사업 규모만 5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다. 호주 군 당국은 레드백에 더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산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레드백이 호주군에 더 적합하다는 얘기가 많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호주가 포함된 영연방 국가들의 분위기상 독일 링스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에 한화 ‘DNA’도 이식해야 한다. 조선 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수주가 많아지면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주요 조선 3사 중 대우조선해양만 실적이 좋지 않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 3개 분기 연속 흑자였고 삼성중공업도 1분기 22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 유력하다. 재무 악화에서 나아가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인력 부족, 생산 공정 지연 등 문제가 많다. 여기에 누리호 발사도 성공시켜야 한다. 세 번째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민간 주도 우주개발이라는 ‘뉴스페이스’ 구상이 처음 시작되는 셈이다.

한편 김 부회장의 입지가 날로 커지면서 승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김 부회장은 아버지 김 회장을 대신해 대외 행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그룹 내 위상이 강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했고 다보스포럼에도 참석했다. 현재 김 회장은 ㈜한화의 지분 22.65%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4.44%, 차남과 삼남은 1.67%씩 가지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그룹 승계 작업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동관(왼쪽 네 번째)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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