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노숙·입장권 매진도 참는다…중국 노동절 연휴 인산인해

▲ 노동절 연휴 충칭 첸쓰먼대교를 찾은 중국인들

중국 노동절 황금연휴(4월 29일∼5월 3일)가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 전역의 관광지가 몰려드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한동안 억눌렸던 데 따른 보복 여행 심리가 황금연휴를 맞아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1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연휴 둘째 날인 전날 도로, 철도, 수로, 항공 등을 이용해 이동한 사람은 5천231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도로와 수로로 이동한 사람은 3천250만 명이고, 철도 이용자와 항공 이용자는 각각 1천800만 명과 181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연휴 첫날 5천827만 명이 이동했다는 당국 발표를 고려하면 이틀 동안 1억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동한 셈입니다.

중국인들은 저마다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여행지에서 겪고 있는 경험을 공유하며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인 명산인 안후이성 황산의 한 화장실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입니다.

30일 새벽에 게시된 이 영상 속에는 수십 명의 남성들이 좁은 화장실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잠을 자려면 다른 사람의 화장실 이용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안내 방송도 나왔습니다.

황산 관리사무소 측은 호텔 예약을 하지 못한 데다 하산 시간을 놓쳐 화장실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때 하산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호텔 예약을 하지 못한 800여 명을 위해 호텔 로비와 식당 등을 개방하기도 했습니다.

간쑤성 둔황에는 사막 체험객이 대거 몰려들면서 지방정부가 사고 예방을 위해 사막 한가운데에 낙타 전용 신호등을 설치했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지무신문은 "낙타와 관광객의 이동을 위해 낙타 신호등을 설치한 것"이라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효과와 함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꼬치구이로 명성을 얻은 산둥성 쯔보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한때 꼬치 시장 입구를 차단했습니다.

한 관광객은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며 "현장 질서를 위해 1∼2ｍ마다 보안요원이 배치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절 연휴 충칭 첸쓰먼대교를 찾은 중국인들 (사진=웨이보 캡처, 연합뉴스)

충칭의 야경 명소 첸쓰먼대교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다리 입구를 봉쇄하기도 했고, 우한 최고 명소인 황허로우도 끝없는 관광객에 황색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항저우 시후에 있는 다리 돤차오도 어김없이 인파로 들어찼는데 인근 공중화장실 앞에는 수백m의 줄이 늘어섰습니다.

이밖에 밥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서 2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는 글과 인증사진도 수시로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베이징 만리장성 바다링을 찾았다는 한 관광객은 "만리장성을 보러 온 건지 사람을 보러 온 건지 알 수 없다"며 "하산하고 싶어도 뒷사람들 때문에 하산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주요 관광지 입장권은 대부분 매진됐습니다.

베이징 자금성의 경우 이미 연휴 시작 전에 연휴 기간 입장권이 모두 팔렸고, 이허위안·톈탄궁위안, 위엔밍위엔 등도 2일 입장권까지 매진된 상황입니다.

당국은 연휴 기간 관광, 오락, 요식업 등 분야의 소비 증대가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곳곳에서 바가지요금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 한 관광지에서는 입장권 판매원이 55위안(약 1만 원) 상당의 화장실 사용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쯔보시 일부 호텔이 높은 숙박료를 받고 있다는 신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웨이보 캡처, 연합뉴스)

조제행 기자jdon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