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못올려 송전망 투자 지연땐 반도체 단지까지 타격"
늘어나는 한전 적자 방치로
국제통상 분쟁 빌미 줄수도
한전이 독점한 전기 판매권
민간에 개방해 경쟁 유도를
올해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한국전력의 극심한 경영난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달 28일 매일경제신문이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대규모 적자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온기운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박 교수는 "한전 등의 적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빚어졌다"며 "석탄화력발전까지 악(惡)으로 몰리면서 기저발전이 줄고 그 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가 메웠는데, 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기요금이 장기간 동결되면서 한전 등의 적자 규모를 키우는 사태가 지속될 경우 국제통상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온 대표는 "국제통상법상 '공정공평대우' 원칙에 따라 적정원가 등을 요금에 반영해야 하지만 그렇게 못했다"며 "외국인 주주들이 이를 이유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금 현실화가 지연될수록 뒤따르는 부작용이 누적될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특히 한전이 대규모 재정난 탓에 진행 중인 송배전망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양 교수는 "송배전망에 대한 설비투자가 지체되는 것은 국가 전력체계상 심각한 문제"라며 "한전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지역사회에 다양한 기여를 함으로써 송배전망 구축의 가장 큰 어려움인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요금 인상 지연의 후폭풍이 국가 주요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최근 경기 용인시 일대에 3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현 상태로는 송배전망 부족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전기요금의 정치화를 꼽았다. 예컨대 전기요금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으로부터 인상 요인 등을 보고받은 뒤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 입장까지 반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금 결정에 '정치적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온 대표는 "정부는 물가·민생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할 권한을 갖고 있는데, 지금은 이 권한을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기 판매 시장을 통신 시장처럼 개방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전기 판매업체 다수가 경쟁을 하면서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으로 자연스레 전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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