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구 영장 재청구, 왜 늦어지나···검찰 “내일 송영길 조사 안해”

이보라 기자 2023. 5. 1. 17: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의심되는 송영길 전 대표와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의 후원조직,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로 검찰 및 연구소 관계자가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일주일 넘게 재청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된 강 협회장의 혐의 사실을 다지는 데도 예상보다 많은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오갔다는 돈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현금인 점, 관련자들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이정근 녹음파일’이라는 결정적 단서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수사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공언했음에도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강 협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1일 ‘강 협회장이 압수수색 이후 관련자들과 증거인멸을 시도하거나 입맞추기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추가적으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 및 사유에 대하여 납득할 수 없다”며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열흘 가까이 지나도록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강 협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관련자들의 직접 진술과 간접 진술(전언)이 섞여 있다. 이 전 부총장이 ‘윤관석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한 말, 윤관석 의원이 ‘내가 회관을 돌며 만나서 처리하겠다’라고 한 말은 직접 진술이지만, 강 협회장이 ‘내가 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했다고 했더니 (송 전 대표가)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 한 발언은 타인의 말을 듣고 전달한 간접 진술이다. 간접 진술 만으로는 증거로 쓸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할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

더구나 당내에 살포됐다는 자금은 현금이다.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처럼 현금이 오간 범죄의 경우 흔적이 남지 않아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자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누가, 어디서, 얼마의 돈을 조성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돈을 주었는지 입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검찰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2008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수사 때 고승덕 전 의원에게 300만원을 건넨 혐의만 기소한 바 있다. 고 전 의원은 박 전 의장에게서 3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해 검찰 수사를 촉발한 터였다.

검찰이 수사의 외연을 확대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송영길 전 대표의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상황실장 등의 주거지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의 자택과 개인 후원 조직 등을 압수수색한 지 이틀 만이다. 돈봉투로 살포됐다는 9400만원에 더해 송 전 대표 후원조직 등의 자금흐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이다.

수사가 송 전 대표를 직접 겨누면서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송 전 대표 측은 2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출석 의사로 조사 계획은 없다”면서 “일정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형사절차는 국민과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이 검찰에 선제적으로 출석해 조사받은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2003년 12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각각 검찰과 협의하지 않고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에 적시된 강 협회장의 9400만원 금품 살포 혐의에 대해서는 물적·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증거인멸 정황 등을 중심으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