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오늘 검찰 출두”…검찰 “필요하면 부를 것”
정치인들 결백 강조 수단으로 ‘기습출석’ 활용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조사하지 않고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9일에 이어 이날도 송 전 대표 본인과 주변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송 전 대표 쪽 선종문 변호사는 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송 전 대표가 2일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하여 출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본인이 사건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모른다고 밝혔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조사 대상자가 일방적으로 수사기관에 ‘내일 나가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형사절차에 맞지 않는다. 수사팀이 필요할 때 출석을 요구할 테니 의견이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조사 날짜 조율 없는 ‘기습 출석’은 정치인들이 결백함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해왔다. 검찰 수사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2012년 7월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당시 검찰의 소환 통보를 연거푸 거부하다 갑작스레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던 검찰은 조사에 애를 먹었다. 박 전 원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여러 정치인들이 ‘기습 출석’을 활용해왔다.
검찰은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송 전 대표 조사를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일 경선 당시 캠프에서 지역 본부장과 상황 실장을 맡은 관계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송 전 대표의 자택과 그가 운영했던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영등포구 여의도) 등을 압수수색했다. 인천에 위치한 송 전 대표의 과거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최종 수수자 수사에 앞서 자금이 형성되고 살포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 전 대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가 검찰의 관심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은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살포 경위 규명이 제일 중요해서 그 부분을 제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돈봉투가 뿌려졌다’는 혐의를 기소하려면 수수자를 특정해야 한다. 그러나 살포 과정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경우, 수수자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일부만 특정해도 기소할 수 있다. 대법원 연구관 출신 한 판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수자를 특정해 기소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살포’라는 사실관계가 확고하다면 수수자가 일일이 특정되지 않아도 재판에 넘길 수 있다”라며 “이런 경우 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여러 인물들의 단계별 행동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포 과정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기부금으로 조성된 먹고사는문제연구소의 운영자금 중 일부가 송 전 대표의 경선과정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의 의심이 맞다면 ‘돈봉투’ 규모는 당초 알려진 94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에 대해 선종문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일 기자회견에서 송 대표가 말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먹고사는문제연구소와 경선 캠프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박아무개씨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있던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수사에 대비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해 송 전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어 반박했다. 그는 “박아무개씨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프랑스에 단체 관광을 왔었다”며 “(돈봉투)사건의 최초 압수수색이 4월12일이고, 이들의 방문은 그 이전으로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시점이다. 마치 모의라도 한 것처럼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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