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아들 PC서 찾은 NFT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5.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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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최 PKM갤러리 개인전
옛 컴퓨터 이미지 조합한 신작
NFT 9점도 '오픈시'서 판매
'Database Painting Animal Totem "Hello Kitty"' 시리즈 연작. PKM갤러리

코디 최(62)는 24년 전 아들의 386컴퓨터에서 원석(原石)을 발견했다. 1999년 유치원생 아들 조이는 컴퓨터 드로잉 프로그램으로 동물 디지털 이미지를 그렸다.

"아들이 어른이 되면 어떤 문화관을 가질까 깊이 고민하던 시기에 이 그림을 봤다. 컴퓨터에서 호랑이를 치니 클릭과 조합만으로 그림이 만들어지더라. 20세기 현대 예술가에게는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의 근원이었다면 21세기에는 정보(Data)가 창조의 근원이었다."

작년 그는 세기말의 옛 컴퓨터에서 내려받아 둔 이미지를 컴퓨터에 넣고 자신만의 알고리즘을 고안해 신작을 창작했다. 픽셀로 찍은 고양이와 개가 숨어 있는 추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미지를 더하고 곱하고 지우는 작업으로 층(Layer)을 수백 번 쌓아 올리고 붓질도 더했다. 그는 "그리기가 아니라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우연의 창조'다. 디지털 아트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대사회의 문화 정체성과 구조를 탐구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선구적으로 선보여 온 디지털 데이터 작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가 '헬로 키티'와 함께 돌아왔다. PKM갤러리에서 코디 최의 개인전 ''헬로 키티'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토템 + NFT'가 열린다. 페인팅 신작 33점과 대체불가토큰(NFT) 9점을 공개한다. '헬로 키티'는 그의 작품을 보고 글을 쓴 작가 존 밀러가 붙여준 제목이다. 작가는 "헬로 키티는 아시아권에서 1974년 처음 등장한 동물 캐릭터"라며 "X세대에는 미키마우스처럼 상징적이고, 동물 토템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픽셀로 찍은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크레이그 오언스의 '알레고리론' 이론을 빌려왔다. "사람이 픽셀보다 작아질 수만 있다면 우리가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거리를 통해 내가 픽셀을 지배할 수 있다." 실제로 작품에서 멀어질수록 고양이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관에는 같은 주제를 컴퓨터로만 작업한 NFT가 전시된다. 오픈시(Opensea)에서 20이더리움(약 5000만원)에 판매 중인 NFT를 전시용 비매품으로 제작해 건 것이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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