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도 AI가 작곡하는 시대 … 저작권 논란은 여전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5.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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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랩스·수퍼톤, 연말께
누구에게나 AI 작곡 서비스
하루 1000곡 판매 준비중
불과 1~2분만에 편곡도
AI 음악 상용화 열렸지만
저작권·표절 등 쟁점 산적
게티이미지뱅크

"바흐나 모차르트가 지금의 K팝 작곡을 '창작'이라고 인정해줄까요? 가까운 미래엔 아예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작곡을 해줄 텐데, 우리는 그걸 작곡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생성형 AI 기술로 음반·뮤직비디오 등을 만드는 제작사 엔터아츠의 박찬재 대표가 던진 질문이다.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AI 기술과 음악 산업이 처한 협력 혹은 갈등 관계를 보여준다.

지난달 27일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AI와 K팝의 미래'를 주제로 MWM(Moving the World with Music) 콘퍼런스를 주최해 업계와 학계 등 3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AI 음악·음성 분야 기업 포자랩스·수퍼톤·주스·엔터아츠·사운드마우스 등도 참여해 기술 현황과 쟁점을 소개했다.

높은 관심은 앞서 업계의 움직임에서도 쉽게 포착된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 등 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들이 AI를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면서다. 먼저 SM엔터는 그룹 에스파 관련 콘텐츠에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는 캐릭터 '나이비스'를 가상인간 아티스트로 제작 중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하이브도 올해 초 스타트업 수퍼톤의 지분 총 56.1%를 확보해 자회사로 인수했다. 첫 협업 결과물은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미국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L'이라는 작업명을 공개하고 "회사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퍼톤은 이미 음성 관련 다양한 기술을 다수 보유한 회사다. 인물 목소리 샘플로 새로운 노래를 부르거나 다양한 언어로 즉각 번역하는 것이 가능하다. 콘퍼런스 현장에선 미국 가수 이디나 멘젤이 부른 곡 '렛 잇 고'를 가수의 음성 그대로 일본어·중국어 등으로 변환 적용한 영상, 고 김광석·김현식·임윤택 등 세상을 떠난 가수들의 목소리를 재현한 무대와 음원 영상 등을 공개했다. 이 밖에 완전히 새로운 음색을 창조해 노래·연기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교구 수퍼톤 대표는 "기술과 예술은 상호 보완적으로 같이 발달해왔다. 전자 기타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지미 헨드릭스를 만날 수 있었겠나"라며 "AI 기술로 창작자의 한계를 확장하고 팬들에게 감명을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작곡 등 창작 영역에서도 AI는 이미 상용화 단계다. 포자랩스가 AI로 만든 음악이 지난해 MBC 드라마 '닥터로이어'의 배경음악에 쓰인 게 대표적이다. 이날 현장에서도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불과 1~2분 만에 AI로 편곡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어텀 리브스' 음원을 업로드하자 곧 비슷한 풍의 새로운 재즈 피아노 곡이 완성됐다. 허 대표는 "음악을 만들 때는 작곡뿐 아니라 편곡, 사운드, 믹싱, 마스터링 등 과정이 필요한데 AI로 편곡 등 후단 작업까지 자동화로 구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자랩스는 올해 말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AI 작곡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수퍼톤과 협업한 프로젝트다. 허 대표는 "비전문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로, 하루에 1000곡 판매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AI 편곡 서비스를 보유한 지니뮤직 자회사 주스의 김준호 대표는 "기존 음악 IP가 재평가되고 다시 활용될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저작권 등 복잡한 창작 권리 문제도 따라붙는다. 최근 벌어진 '가짜 드레이크' 논란이 대표적이다. 익명의 제작자 '고스트라이터'가 AI로 가수 드레이크와 더 위켄드의 목소리를 구현해 신곡 '하트 온 마이 슬리브'를 발표한 것이다. 유니버설뮤직그룹(UMG)이 'AI가 생성한 음악 사용을 중단하라'고 대응하면서 음원 플랫폼에서 해당 곡은 삭제된 상태다.

지난달엔 '브리저'라는 밴드가 AI로 1990년대 인기 영국 밴드 오아시스 음성을 학습해 만든 앨범 'AISIS'를 발표했다. AI로 구현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오아시스 원년 멤버 리엄 갤러거는 트위터에 "앨범을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바깥의 다른 모든 '재채기'보단 낫더라"는 평을 남겼다. 팬들도 "좋은 트랙이다" "오아시스를 재결합해야 한다"는 감상으로 호응했다.

MWM 콘퍼런스에 나온 유원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콘텐츠연구본부 실장은 "저작권자 허락 없이 학습 데이터로 음원·목소리 등을 활용하는 문제, 음원 속 사운드를 뽑아내 샘플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문제, 새롭게 생성된 음원에 대한 저작권 관계와 표절 여부 판단 등은 최근 불거지는 AI 활용의 부정적 시사점"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김시형 특허청 국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발명 지식을 학습하는 AI '다부스(DABUS)'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모두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소개하면서 "AI가 발명·작곡한 결과물의 저작권과 특허권 인정 여부가 쟁점이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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