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이다”…현황도로 막아 주민과 갈등 빚는 前 양평군청 국장
주민들 “공직자 출신이 괴롭힐 줄 상상 못해”…교통방해로 고소
양평군 고위 간부 출신으로 군 산하기관 대표까지 지낸 인사가 자신의 소유지라는 이유로 군이 아스콘 포장까지 해 준 수십년 된 현황도로 일부를 막아 빈축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외지인도 아니고 군청에서 국장까지 지낸 공직자 출신이 도로를 막고 괴롭히는 일은 처음 당한다”며 경찰에 고소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1일 오전 10시께 양평읍 대흥리 592 일대에는 ‘여기는 개인사유지이므로 차량통행은 할 수 없습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 맞은편에는 ‘4월 7일부터 사유 토지 출입을 금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도 세워져 있다.
이곳은 양평군에서 고위 간부로 퇴직한 A씨(62)가 막은 대흥리 592 토지는 마을을 잇는 도로의 일부 구간이다. 해당 토지는 A씨가 부인 B씨의 명의로 지난 1996년 9월11일 매입했다.
그러나 A씨는 이 도로를 자신의 소유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주민 통행을 막아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의 통행 요구에도 A씨는 이를 무시했으나 주민들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이후에서야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도로를 개방했다.
이처럼 나머지 공간을 돌을 쌓아 막아 법망을 피하면서도 여전히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주민 반발에 도로 일부를 개방했지만 여전히 농기계 등은 지나갈 수 없어 농번기를 맞은 농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A씨가 지난 3월 마을 이장에게 50㎡의 도로 매입비로 6천만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A씨는 “아스콘 포장을 허락한 적이 없다”며 군에 포장을 걷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흥리 주민들은 “군청 고위직에 공공기관 대표까지 지낸 유력 인사가 퇴임하자마자 갑자기 도로를 막았다”며 “25년간 사용하던 도로인데 사용료를 요구하면서 주민들을 괴롭힐지 상상도 못 했다”면서 한목소리로 A씨를 성토하고 있다.
한 주민은 “외지인이 이러는 경우는 봤지만, 군청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도로를 막고 괴롭히는 건 처음이다. 이해되지 않는다”며 "농번기인데도 트랙터 등이 통행할 수 없어 농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A씨는 “군이 사유지 495㎡ 중 50㎡의 도로를 토지주의 사용 승낙 없이 아스콘 포장을 해 걷어내려고 했고 농지를 원상복구하기 위해 민원을 낸 것”이라며 “올 초 퇴임 후 소일거리를 찾아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야 도로가 포장돼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A씨와 주민 간 갈등이 민원 등을 통해 양평군청 안팎에 전해지면서 공직사회 일각에서 A씨의 행동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한 현직 공직자는 “현직에 있을 때는 도로를 포장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더니 세미원 대표를 그만두자마자 포장을 걷어내라고 했다. 공직 선배지만 행동을 보면 부끄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갈등이 해결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대흥리 주민들 사이에선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편 해소에 우선을 두고 매입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황선주 기자 hs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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