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 제휴사 칼럼] 수수께끼 같은 금리 전망
인플레이션의 귀환과 그로 인한 금리 상승은 전 세계 중앙은행을 비롯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으며, 최근 은행권 미니 쇼크를 동반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바로 '다음은 무엇인가?'이다. 인플레이션은 극도로 낮았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까? 또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와 같이 고(高)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이어질까? 또한 금리의 향방은 어떠할까?
스티븐 킹 HSBC 은행 경제자문은 최근 저서 '인플레이션 논의의 필요성'에서 시장이 인플레이션의 귀환 가능성을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이 일단 폭등하면, 이를 끌어내리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현재 시장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했는가? 혹은 금융기관이 충분한 신뢰성을 보유했으며 시장이 적은 비용으로 저(低)인플레이션으로 회귀할 수 있을 만큼 현 국면이 일시적인가?
인플레이션 언제 안정될까
나는 인플레이션이 2%, 또는 이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이는 바로 시장에서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예상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1%로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에 근접한다.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달성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시사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도 역대 평가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0.5%포인트 정도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2%라는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반박하며 두 가지 논거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는 공급 여건이다. 핵심 자원의 공급은 탈세계화 등 여타 충격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됐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 비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둘러싼 정치경제학적 여건이 악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현재 대중은 인플레이션에 무관심하다. 이들에게 인플레이션 장기화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각국의 정부는 재정적자를 억제하지 않으면서 15년 전 대비 막대해진 부채를 줄이고 싶어한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되돌릴 수 없으며, 억제에는 굉장한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동조할 수 없다. 수요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공급과 인플레이션만을 연관 지을 수는 없다. 총수요가 잠재총생산에 따라 증가하고 생산구조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연하다면, 일부 제약 요인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도한다. 또 통화정책 당국은 통화 안정성을 무너뜨렸다는 후대의 평가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당국은 미래에 통화 긴축을 다시 도입하기보다 지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것이 맞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명목금리에서의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금리는 어떠한가. 약 30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가던 실질금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중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빠르게 회복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실질금리', 즉 '자연금리'를 제시하며 이와 같은 난제에 접근했다. 자연금리는 (어떠한 쇼크 없이) 인플레이션이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금리다. 자연금리는 객관적 수치로 제시되지 않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IMF 보고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국면이 일단락되면, 선진국의 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최근 일련의 충격 여파로 실질 및 명목금리는 2019년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며, 고령화와 높은 공공부채의 여파는 미미할 것이라 예상했다.
저명한 거시경제학자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3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해당 사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다. 블랑샤르는 IMF 입장과 가까웠다. 반면 2015년 정책 토의 당시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를 다시 언급한 바 있는 서머스는 금리가 지난 몇 년 대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 주장하며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경제 불확실성 크지는 않을 것
두 사람의 견해차는 크지 않다. 블랑샤르는 실질금리가 실질 경제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며, 이는 부채 지속성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머스는 실질금리가 연준의 자연금리 추정치인 0.5%를 다소 상회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실질금리가 이전 대비 상승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이유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 증가와 방위비 지출 증가의 필요성을 지목한다. 인플레이션으로 부채는 줄어들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공공부채는 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블랑샤르와 서머스는 최근의 수요 강세가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된) 일시적 추세인지, 또는 향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들은 또 위험 회피 성향이 안전자산의 수익률을 얼마나 낮게 유지할 것인지, 고령화로 저축이 늘어날 것인지, 민간 부채가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블랑샤르는 낮은 수준의 자연금리를 정당화하는 입장이다. 그와 반대로 서머스는 높은 자연금리를 지지한다.
인플레이션이 2~3%로 하락하고, 균형 실질금리(equilibrium real rate of interest)가 0~2% 수준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명목 단기금리는 2~5%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고, 장기금리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여 3~6% 수준일 것이다. 금리 범위의 하단에 해당된다면 부채 지속성은 양호할 것이다. 그러나 상단의 경우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금리 범위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귀환은 세계 경제를 바꿔놓았다. 문제는 얼마만큼이냐는 것이다. 시간이 답을 줄 것이지만, 나의 대답은 "그다지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마틴 울프의 칼럼 'The future of interest rates is a riddle'을 매일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마틴 울프 FT 수석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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