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법 핵심은 인재확보"…업계 비상
'인력'만 무려 131회나 언급
반도체·투자보다도 더 많아
보조금 받으려면 인력 키워야
인력 부족 시달리는 주요국은
해외 인재에 비자혜택도 신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내세우며 반도체 인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이들 기업에 미국에서 반도체 인재를 키우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다. 반도체 업계가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인력 확보가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 반도체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가의 생존 열쇠로 떠올랐다.
1일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인센티브 지급 세부계획'에 따르면 전체 75장에 달하는 문서 중 '인력'을 언급한 횟수가 131회에 달한다. 법안 주제인 '반도체'는 116회, '투자'는 115회, '시설'은 85회에 그쳤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인력 확충이 다른 현안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세부계획에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의 보조금 신청 자격과 그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세부계획에는 반도체 인재를 키우려는 미국의 속내도 곳곳에 담겨 있다. 세부계획에는 '고도로 숙련되고 다양한 인력이 칩 인센티브 프로그램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강력하고 장기적인 인력 전략이 중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는 반도체 기업은 '시설인력'과 '건설인력' 등 반도체 인력을 키워야 한다.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기업은 우선 지역 교육훈련기관이나 고등교육기관 등 함께 인재를 키울 '전략적 파트너'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전략적 파트너에는 정부 조직과 K-12(초·중·고등학교), 대학 등이 포함된다. 기업은 파트너와 인재 채용부터 교육·유지를 위한 인력 개발 계획을 짜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미국 요구는 최근 만성적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반도체 업계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 중인 미국이지만 정작 기업이 반도체 팹을 세워도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은 오하이오주 팹에 필요한 인력의 40%를 다른 지역에서 데려오고 30%를 인턴으로 채운다고 한다.
인력 부족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 일본, 독일 등 반도체를 국가 산업으로 키우는 국가에 공통된 문제다. 일본은 2031년까지 반도체 인재 3만5000명, 대만은 반도체 인력 3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도 10년간 반도체 인력 12만7000명이 필요하지만 지금 수준이면 공급인력은 6만여 명에 그친다.
각국은 외국 인재에게 문을 열어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상위 100위권 대학 졸업생이 일본에서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대만은 세계 500위권 대학 졸업자에게 업무 경력 2년이라는 조건 없이 비자를 내주고 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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