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전세사기' 늪에 빠진 대한민국 정부, 특별법 만들어 구제 나서

2023. 5. 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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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아파트 현관에 전세사기 피해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매경DB

부동산 시장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제도가 전국에서 벌어진 사기의 온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서울·인천·동탄 등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충북·부산에서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가 연일 접수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 새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세 명이 신변을 비관하며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들은 20·30대의 청년 피해자로 일명 '건축왕' 남 모씨 일당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남씨 일당의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약 388억원, 피해자 수는 481명에 달합니다. 정부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전세사기 발생 이유는.

A. 자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매입하는 방식인 '무자본 갭투자'가 전세사기 원흉으로 지목됩니다.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매입한 후 단기간에 전세가를 올려 그에 따른 매매가 상승에서 시세 차익을 얻는 것입니다. 2020년 임대차3법 시행 후 전셋값이 급등하며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줄어들고 무자본 갭투자 거래가 속출하게 됐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에 따르면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가 넘는 갭투자 거래가 전국에서 12만1553건 체결됐습니다.

'건축왕' 남씨는 여기에 더해 금융사와 채권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건물을 지은 뒤 이 집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세입자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받은 은행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으로 또 다른 건물을 지었습니다. 금융사와의 채권 관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그 돈을 선순위 채권자인 금융회사가 가지게 됩니다. 전세보증금이 온전히 피해자에게 돌아가기 힘든 구조로 피해자들은 경매 유예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죠.

Q. 전국적인 피해 현황은.

A. 지난해 7월 25일부터 지난 3월 26일까지 8개월간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으로 접수된 피해자는 1705명, 피해 금액은 3099억원입니다. 총 2188명의 피의자를 검거했고, 209명을 구속한 상태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1705명 중 20대는 308명(18.1%), 30대는 570명(33.4%)으로 피해자 절반 이상이 20·30대로 드러났습니다.

Q. 전세사기가 몰고 온 영향은.

A. 전세 거래를 기피하는 '전세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대차 계약 269만8922건 중 전세 계약은 129만9500건(48.1%)으로 월세 계약 139만9422건(51.9%)과 비교했을 때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월세가 전세를 앞지른 건 2010년 이래 처음입니다.

올해 실시한 청년 공공임대 청약 경쟁률은 400대1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모집 경쟁률(87대1)과 비교해 5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전세 대신 안정적인 주거 방식인 공공임대 청약에 몰린 것입니다.

Q. 정부의 대책은.

A.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지난달 27일 나온 특별법 적용 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등 총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임차인 경매 참여 시 우선 매수권 부여 △낙찰 시 금융·세제 지원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우선 매수권 행사 후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을 포함합니다. 법 공포 후 즉시 시행돼 2년간 한시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 밖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특경법)' 개정으로 전세사기 사건은 피해액을 합산 적용해 가중 처벌을 할 방침입니다. 다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기당한 전세보증금을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대납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 세금을 통한 전세사기 피해 복구는 다른 사안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이현정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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